친애하는 나의 은인, 브라이스 로저스 박사에게.
알 노스 팀의 제이슨입니다.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급하게 파견을 나온 뒤 이제서야 안부를 전하게 되는군요.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브리튼의 가을은 일교차가 극심하다던데 감기에 걸려 고생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인께서 얼마 전에 둘째 아이를 회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편지에 부인을 위한 선물을 동봉해 보내드립니다.
에센트리아의 다이아몬드 공예를 이용한 장신구는 전 세계의 장신구 중에서도 특히 품질이 뛰어나다고 하지요. 그 동안 변변찮은 축하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못난 동료의 성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 에센트리아의 도시, 페테르호이센에 와 있습니다.
몇 주 전 저희 팀은 에센트리아의 장군이었던 에른스트 쾨니히가 본국의 수도 요크 에리어에 가공할 만한 위력의 폭탄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급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보고를 받은 상부에서도 꽤나 황당했던 모양입니다. 에른스트 쾨니히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입니다. 그런 정치적 상황을 무시하고 본국을 상대로 폭탄을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상식 선에선 할 수 없는 판단입니다. 때문에 상부에서는 일단 정예 멤버들을 에센트리아로 파견해, 그 전보가 정말 맞는지 확인하기로 하였지요. 저도 그 임무에 포함되어, 비밀리에 에센트리아로 오게 되었습니다.
도착해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더군요.
전보를 보냈던 본국의 첩보원은 에센트리아의 수도 호이겐부르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총상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벽난로에는 그 동안 주고 받았던 정보와 문건을 급히 소각한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전보를 보낸 후에 바로 발각된 겁니다.
그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에른스트 장군이 쿠데타 이전부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 자는 정말 철두철미하더군요. 이미 첩보전 준비까지 다 끝마친 것으로 보입니다. 길가엔 본국의 정보원들의 수배지가 붙어 있고, 현상금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된 자들이 서로 신고를 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새도 없이, 저희 팀 멤버들도 차례차례 암살을 당하기 시작했지요.
에센트리아에 입국한 지 1달인데, 벌써 동료를 모두 잃고 저 혼자 살아 남았습니다.
저는 호이겐부르크에서 도망쳐, 국경 근처의 페테르호이센까지 쫓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