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사회연대경제 현장은 정책 변화와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자생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장은 생태계 자체의 붕괴 위기를 느꼈다. 이런 급격한 정책 전환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답의 일부를 언론에서 찾아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론이 사회연대경제를 ‘어떻게 말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사회연대경제가 말하는 사회적 가치는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론 미디어가 구성하는 현실에 바탕을 둬 현상을 해석한다. 지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언론은 사회연대경제를 어떻게 재현하고 있을까?

1. 사회연대경제를 말하는 언론의 언어들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언론사의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① 시장의 언어: 효율성과 공정성

경제지는 일관되게 ‘시장 효율성’의 잣대로 사회연대경제를 평가한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초기, 상당수 사회적기업이 협동조합이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곧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좀비형 사회적기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언급하며 협동조합이 이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중앙일보, 2012.12.1.) 생명력 없이 정부 지원에 기생하는 존재라는 프레임은 이후 공공구매 의무화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역차별(한국경제, 2021.7.15.)”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재정 지원을 “특혜”로 규정하는 담론으로 이어졌다.

경제지의 이러한 담론에는 명확한 논리 구조가 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정당성은 효율성과 경쟁력에서 나온다. 하지만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일반 기업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불공정'하며 나아가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는 행위로 이해된다. 이 논리에서 사회적 가치는 설 자리가 없다. 사회연대경제는 그렇게 공정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② 이념의 언어: 정치적 편향성

전국일간지에서 사회연대경제는 정치적 프레임 안에 놓인다. 다만 그 방향은 정반대다.

진보 성향의 전국일간지는 사회연대경제를 양극화와 공동체 해체를 치유할 ‘대안 경제’이자 ‘포용 성장’의 핵심으로 호명했다. 사회적기업을 “양극화와 실업,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경향신문, 2014.12.11.)”이라고 언급하며,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시장경제의 그늘과 빈틈을 없애는 데 한몫 할 수 있(한겨레, 2015.3.26.)”기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을 때에도 “시민들이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적극 나서는 것이 시대적 흐름(한겨레, 2021.11.2.)”이라며 방어 논리를 펼쳤다.

반면, 보수 성향의 전국일간지는 사회연대경제를 시장 질서의 교란자이자 정치적 부패 집단으로 읽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 '규제개혁'의 대상이었던 사회연대경제는 문재인 정부 시기 정책 확대와 맞물려 곳곳에서 이익을 챙기는 ‘좌파(조선일보, 2019.10.15.)’ 경제의 일환으로 호명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은 “국민 세금을 빼먹는 ‘운동권 생태계’(조선일보, 2023.8.9.)”가 만든 구조로 규정된다.

앞선 ‘좀비’라는 경제적 비효율성 비판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연대경제를 ‘운동권 생태계’에 묶는 정치적 부패 프레임이 등장한 것이다. 사회연대경제를 둘러싼 논쟁은 경제적 효율성에서 도덕적 정당성 공격으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사회연대경제는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된다.

같은 전국일간지라는 지면 위에서 사회연대경제는 ‘경제민주화의 주체’이기도 하고 ‘운동권 집단’이기도 하다. 이념의 렌즈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③ 생존의 언어: 지역과 공동체

같은 시기, 지역 언론은 사회연대경제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방학 중 결식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협동조합(경남도민일보, 2023.12.26.), 낙후된 지역에 커뮤니티 실험을 통해 주거복지를 향상하려는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노력(무등일보, 2021.10.13.), 중장년·노년층이 지역사회 기여하는 통로로서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인천일보, 2025.5.13.) 등 지역 언론은 구체적인 사회연대경제 현장을 포착한다.

지역 언론에게 사회연대경제는 이념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역소멸이라는 실존적 위기 앞에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지난 예산 삭감 국면에서 지역 언론은 우려를 표명했다. 예컨대 예산 삭감으로 도내 사회적기업들이 “존폐의 갈림길(강원도민일보, 2023.9.28.)”에 섰다고 보도하거나, 예산 삭감 이후 5개월 만에 지역 사회적기업의 취약계층 근로자가 69명 감소했다는 구체적인 수치(전라일보, 2024.7.11.)를 제시하며 "이들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