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늘은 어둑어둑하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철썩철썩 마음을 때리는 파도 소리. 아앙아앙 고양이 옹알이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괭이갈매기.
해 몇 시에 뜬대? 시간 보니 한참 멀었던데? 서로 두런두런 얘기하는 사람들 목소리.
오늘은 새해 첫 날 새벽.
여기에 있는 인파들은 매년 1월 1일, 바다에 어리는 햇빛 한 순간을 위해 새벽부터 기다리던 사람들이다. 새해만 되면 들어왔던 익숙한 광경이지만, 내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집에 틀어박혀서 두문불출하던 내가 여기까지 나오게 된 건 순전히 변덕 때문이었다.
그래, 정말 단순한 변덕 때문이었다.
나는 그 때 지옥을 겪고 있었다.
나는 최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수필로 적어내, 내 괴로움을 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의 일부였다. 처음에는 글을 곧 완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하였으니까.
일단 초안을 완성한 뒤에 퇴고를 하면, 원하는 글이 금방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하였다. 크나큰 착각이었지.
글을 쓴다. 쓰면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내 영혼도, 고통도, 괴로웠던 기억도.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에 드는 초안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글을 쓴다. 전부 쏟아내었다. 그걸로 끝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