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하염없이 괴로운 날이었다.

상사는 오늘도 방법을 몰라 제대로 나아가질 못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타닥타닥. 고요한 침묵 속에 키보드 치는 소리만 사무실에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는 3초 정도 생각을 가다듬었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저번에 뭐라고 했죠?”

“…질문한 것에만 답하라고 하셨습니다.”

“죄송하다는 게 질문에 대한 답인가요?”

“…아닙니다.”

깊은 한숨 소리가 무겁게 주변 공기를 짓눌렀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퇴근하고, 내일 봅시다.”

피곤한 목소리에 나는 괜히 죄송스러웠다. 이번 건은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하긴 내가 그렇지.

회사 바깥에서 삐용삐용-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응급차가 도로를 급하게 가로지르는 소리였다. 하루에 한 번 사이렌은 그렇게 한 차례 사건을 알리고 지나가곤 했다. 사건이 터지는 건 이제 일상이었다. 이쯤 되니 사이렌 소리에도, 하루에 한 번씩 쏟아지는 잔소리에도 덤덤해지게 되었다.

‘평범하게 좀 사십쇼.’

누군가 내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어쩌면 이렇게 사건이 터지는 게 내게는 평범한 게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