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에 떠도는 바람이 이리도 날카로우니
아아, 협의는 서서히 지는 해와 같구나.
외도의 무리들이 칼을 저리 험히 휘두르니
검풍에 스러지는 자들만이 원통히 읍소하리라…
주영경은 불현듯 시구를 읊조렸다. 그의 시선은 정자 너머로 드넓게 펼쳐진 산의 절경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의 손에는 작은 도자기 잔이 들려 있었다. 술잔 안에는 밤하늘을 담은 술이 파동을 일으키며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영경은 천천히 잔을 들어, 안에 담긴 술을 살짝 마셨다. 그 모습은 마치 귀공자가 정자에서 고고히 달밤의 풍류를 즐기고 있는 듯한 모양새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지러진 달빛과 한탄하는 듯한 시구는 그의 마음이 어지럽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였다.
가엾도다, 눈 먼 자들은 이제 도의(道義)를 버렸나니…
“이 와중에도 술이 들어가는가 보군.”
시구를 한 번 더 멍하니 읊조리던 주영경의 뒤로, 누군가 콧방귀를 뀌며 그의 시구를 끊었다. 주영경은 놀라지도 않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대여섯 쯤 되는 자들이었다. 암행에 적합한 검은 옷을 입고 단체로 내공을 갈무리하여 기척을 지우는 걸 보아하니…그들은 영경을 잡기 위해 파견된 암사련(暗蛇聯) 살수들이 분명하였다.
그 중에서도 우락부락한, 살수에 어울리지 않는 체구를 가진 자가 있었다.
저 자가 암사련 흑살대(黑殺隊)를 지휘하는 자인가. 영경은 순간 생각했다.
분명 정자에 오르기 전 있었던 정보로는 흑살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그 때도 그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의 배 다른 형님인 주영랑이 사마외도들이랑 교분을 나누고 있다는 소문이 궁에 퍼진 이후부터 이 난리는 거의 반쯤 기정사실화된 것이었으므로.
“취화선(醉華仙)이란 별호다워. 황자답지 않게 직위를 멀리하고 술에 취해서는 신선처럼 풍류나 즐기는 자라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