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으면 하는 것

작가 이보현

603_1_시골살이로망출근길.jpg

ⓒ 이보현

7년 차 귀촌인. 서울을 떠나 전북 완주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글을 쓰고, 소소하지만 재밌는 일들을 벌이며 산다. 여성을 위한 시골살이 정보 팟캐스트 ‘귀촌녀의 세계란’을 기획·진행했고, 『귀촌하는 법』, 『안 부르고 혼자 고침』, 『나 혼자 발리』를 썼다. @slowbadac

"해보니까 별 거 아닌 게 생각보다 많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이게 중요하지 않을까?"

『귀촌하는 법: 도시에 없는 이유와 나다움을 찾아서』는 귀촌 생활의 낭만과 환상 대신 현실을 말한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야기를 절대 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 건 아니었다.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잘 쓸 수 있는데, 좋으면서도 싫은 마음이나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진심을 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자기 있는 자리만 남들보다 대단하다는 듯 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으니까. 나 역시 움직이거나, 그대로 남아 있거나 둘 중 하나지만 늘 흔들린다. 지금 내 자리는 지금까지의 내가 만든 거고, 열심히 감당하고 책임지며 살아갈 뿐이다. 근데 책에서 충분히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모습, 여기 살아 좋은 마음도 마음껏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귀농이 아닌 귀촌, 다양한 일을 하며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버는 삶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싫었다. 다들 힘들다,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거다, 지나면 괜찮다고들 하는데 나는 버틸 힘이 부족해서인지 잘 안됐다. 1-2년씩 다니다가 맨날 회사를 옮기니까 스스로 너무 끈기없고 적응 못하는 사람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될 용기나 능력은 없지만 비용을 줄이면서 사는 실험은 재미있게 해볼 만하더라.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인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서 2011년에 다음 회사를 정해놓지 않고 퇴직을 했다. 그 이후로 4년 정도 돌아다니면서 사는 사람으로, 여러 인연들에게 신세를 지면서 지냈다. 그 이야기를 첫 번째 책 『나 혼자 발리』에 담았다.

서울에서의 삶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결심으로 옮긴 순간은 언제였을까?

2015년 8월에 완주로 오기 전, 5월에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서 살겠다고 선언하고 떠났다. 이민이나 그럴듯한 준비를 하고 간 건 아니었고 해보니까 이거 굳이 국내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살아질 거 같은데, 하는 마음이었달까. 그 전 해에 발리로 두 달 여행을 갔었는데 무척 좋았다. 그런데 살아보겠다고 작정을 하니까 뭐 해먹고 사냐, 말도 안 통하는데, 겁도 없고 생각도 없고 돈도 없고 용기도 없구나 싶어서 우울하게 숙소에만 누워 있다가 몰래 귀국했다. 이젠 돌아다니며 사는 일도 별로 재미있지 않고 돈은 벌어야겠는데 서울에서는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나를 써줄 일자리도 딱히 없어서 여전히 우울하던 차에 완주에 있는 일자리를 발견했다. 이미 서울 아닌 곳에서 직장인일 때와 다른 감각으로 사는 데 익숙해져서 전처럼 사는 건 힘들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대안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었다. 발리에 갈 때처럼 큰 결심을 하고 엄청난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다. 가보고 아니면 그만두면 되니까, 뭐든 해보는 게 내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이 싫다, 그런 마음을 굳게 먹고 다른 대안을 찾아본 건 아니고 은은하게 뭐 없나 하던 차에 기회를 만난 거다.

낯선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 맺기?

'느슨한 관계'에 대해 엄청 기대했던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자신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여전히 느슨한 관계가 좋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물론 그런 거 절대 없다, 말도 안 된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웃음) 나는 믿음으로 견고한 관계가 좋다. 여백은 많았으면 좋겠다. 한옥 창호의 문살처럼. 혼자는 외롭지만 절대적으로 혼자인 시간은 필요하고, 그렇지만 분명 혼자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고 싶다. 전에는 그걸 느슨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느슨하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느껴지더라. 사실 헐렁하면서도 편안하려면 튼튼해야 한다. 친구든, 모임 같은 특정 커뮤니티든 찾아내고, 나와 맞춰보고, 신뢰를 쌓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