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원 김여리

IMG_2081.jpeg

링크 복사 및 이동, 본문 복사와 캡처를 금합니다.

https://youtu.be/MMn1gvTTVTU?si=wnGbj2PEhsVQZZSz

안정은 언제나 불안을 겸비했다. 여리가 불안감을 지닌 건 그래서였다. 쌓였던 생각의 시초. 여리가 지닌 모든 불안의 발화. 모든 건 정원의 존재를 인지했었던 시기. 이제 와 자신의 곁에서 손을 쥐며, 때때로 이끌어 안정을 취하게 해 주는 존재의 위치에 있음에도. 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먼저 마음을 가진 건 정원이었다. 태초에 관계라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정원이었다. 말이 없어 회피하는 여리에게 마음을 고백한 것도 정원이었다. 정원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줄 알았으며, 끝내 여리의 마음을 손에 넣었다. 손에 넣은 것을 적절히 어르고 달래며 여리가 자신의 곁에서 사랑을 받고, 자신에게 사랑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여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저하되거나 상승했는데, 정원은 자신과 정반대의 여리의 모습에 흥미를 가질 뿐이었다. 나 이러면... 이러는 거 이상하지 않아? 여리의 물음에 정원은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왜요, 이상해야 되나. 마찬가지로 눈을 깜박이던 여리가 느리게 웃었다. 자신의 생각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주는 정원의 대답에 마음이 풀렸다. 정원과 여리의 연애. 무언가 어긋날 것 없는 관계의 유일한 오점. 여리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이라고 생각했다.

다시금 되짚어 정원과 여리를 이어 주는 연애라는 관계의 이전 시기. 그러니까 아직 두 사람이 어떠한 관계로 묶이지 않던 시기에. 여리가 연애를 하고도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까지 여전히 불안을 지니는 이유. 무언가 여리의 머리를 스쳤고, 이후로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 몫의 아이폰. 페이스 아이디 해제와 함께 카카오톡을 눌렀다. 짓눌린 입술 안으로 내벽을 짓씹는 건 뱉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상단에 고정돼 있는 채팅방. [양정원]으로 저장돼 있는 대화를 눌렀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담아 저장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혹시라도 정원이 보게 되면 민망할 일이었다. 적색 동그라미와 함께 새로 와 있는 연락은 없고.

IMG_8219.jpeg

같이 사는 게 아니니까 먼저 취침하더라도 아쉬운 것 하나 없는데도. 그동안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가야 한다는 것도 알았는데. 체대생인 탓에 상대적으로 기합이 들어가 있는 학과임에도 정원은 여리를 위해 매번 적당한 핑계를 만들었다. 때때로 캠퍼스 내에서 정원을 마주치는 때에 멀리에서 학과 사람 사이에 섞인 정원을 보기도 했다. 정원에게 어떠한 타박을 주는 이는 없었으나, 정원과 친목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 여리는 문득 자신에 의해서 정원이 학교 생활을 유동적으로 하지 못할까 봐. 그래, 그래서 시선은 다른 곳에 둔 채로 제안했다. 나 때문에 안 빠져도 돼. 여리가 시선을 돌린다면 자신이 여리의 시야에 들어가면 됐다. 고개를 움직인 정원이 느리게 까닥였다. 응? 그제야 정원의 눈을 바라보던 여리가 어색하게 내뱉었다. 너... 회식이나 약속 같은 거 가도 된다구. 매번 빠지기 곤란하잖아. 여리의 말에 정원이 적당히 웃었다. 알겠어요. 이후로 여리의 손을 잡고 느리게 주물렀다.

사실 여리는 자신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이 가지 않겠다는 말을 내뱉는 게 듣고 싶기도 했다. 왜 보내지. 누나랑 있고 싶은데. 그래, 그러한 말. 그러한 동류의 말을. 바보처럼 묘한 기분을 경험해 그냥 눈을 깜박였다. 혼자 남은 시간에서야 자책했다. 나 위해서 그동안 안 가고 나랑 같이 있었던 거잖아. 행동으로 보여 줬잖아. 그런데 무슨... 고작 그 말 하나 안 들었다고 기분이 이래? 나 진짜, 진짜 질린다. 성격 왜 이래....... 침대 위 늘어진 여리가 무의미하게 액정 화면을 바라봤다. 검은 화면 속 자신의 얼굴에 욕심이 그득해 보였다. 그동안 정원이 시간 전부 가졌으면 됐지, 왜 이래. 여리는 자신은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자정이 지나 새벽 한 시. 잠에 청하지 못한 채로 무의미한 스크롤이 이어졌다. 쉬지 않고 변하는 유튜브 영상. 그러다가도 다시금 정원이는 뭐 할까. 인스타그램을 눌러 읽지 않아 쌓인 타인의 스토리들.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리가 원치 않게 기피하는 사람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