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오늘의주인공 #비평 #텍스트_작품_관계 #뒤섞인텍스트 #의미 #조연아닌주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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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에 잠겨 있습니다. 의미는 작품에 내재하는 걸까요? 아니면 읽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둘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의미가 이루어지지는 않겠지요. 단지 뭐랄까… 의미라는 게 읽는 사람의 욕망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의미는 어떤 것에 내재한다고 믿는 그것을 향해 구심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중심으로 원심력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저는 비평을 하고 있습니다. 비평은 ‘의미’에 가까이 있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텍스트란 무엇일까요? 짜다, 직조하다 등의 뜻을 지닌 라틴어 texere에서 유래하는 ‘텍스트’는 문학적으로는 작가/작품을 초월하여 작품에 개입하는 의지가 생성하는 어떠한 것, 무언가를 구축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텍스트는 ‘하는’ 것이지요.
최근의 이벤트라 할 만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저는 ‘비평’이 텍스트의 ‘주인공’으로서 의미 생성에 개입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낼 수는 없을지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기존의 활자 매체가 아닌 ‘보이는 것’으로서 이미지 또는 전시된 것으로서 비평을 선보여야 할 것 같아요. 가정하건대 저는 비평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작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작품’이라고 믿는 형식으로 제출된 어떠한 것입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그것을 ‘작품’으로 만드는 대단히 많은 의도와 텍스트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전시 개요, 작품 설명 등의 내용-텍스트부터 서체, 크기, 단락의 설정 등 형식-텍스트의 요소까지가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작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아, ‘작품’에 기대어 이와 같은 텍스트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 말은 회화, 설치 작품 등 전시장의 ‘작품’(문학도 마찬가지겠지요)이라고 할 만한 것의 의미를 헤아릴 때, 뒤로 물러나 있는 맥락 즉, ‘해석된 것-텍스트’의 영향에 꽤 노출되어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어떤 것에 대한 설명 혹은 해석이 한 작품의 의미를 이끌어내거나 그것을 특정한 방식으로 읽는 방법을 제안한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관객(독자) 역시 작품의 의도 또는 작품 해석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작품의 의도를 알아내길 원하지만 귀속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옆에서 ‘이 작품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라는 해석에도 저항합니다. ‘동의할 수 없어!’부터 ‘작품을 읽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를 포함해서요.
중요한 건 동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동의와 비동의를 아우르는 차원에서 볼 때,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해석/의도/작품이 뒤섞인-텍스트’를 경유합니다. 즉 ‘텍스트’가 현실에 대한 하나의 해석적 관점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작품에 대한 해석을 거치면서 비로소 어떤 것에 대한 의미 창출에 다다르는 것이겠네요. 이런 것을 아마 비평적 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결론에 도달한 까닭에 저는 작품이 아닌 텍스트가 조작됨으로써 다르게 읽히는 전시를 꿈꿔보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실제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말을 꺼내기까지 아주 망설였습니다. 그건 제가 오직 활자를 기반으로 하는 텍스트 작업에 길들여진 탓입니다. 이미지와 공간을 점유하는 형식의 예술을 연출하는 모든 과정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시시때때로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오직 비평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다, 비평이 뒤에 물러선 보조적 형식이 아니라 많은 의미의 길을 창출할 여지를 지니고 있고, 동시에 그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다른’ 의미가 제출될 때) 비로소 비평과 작품과 해석이 각각의 일련의 행위를 ‘텍스트’로 수행할 수 있게 되리란 그림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비평-쓰기’라는 것은 결국 그것이 ‘텍스트’로 기능하도록 만듦으로써 가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으로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제출된 것을 과연 문학 비평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공상이 실재화되면 ‘텍스트-비평’을 들고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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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은실 (문학평론가)
평론집 『시대의 마음』, 산문집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이 있습니다. 삶을 설명하는 텍스트-형식으로서 비평을 다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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