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만 해도 시원한 가을 하늘과 여름의 흔적을 구석구석 치우느라 바쁜 선선한 바람도 체육관을 울리는 고함과 함성의 메아리를 식힐 수는 없었다. 코트를 바삐 가로지르던 운동화가 날 선 마찰음과 함께 멈춰 섰다가 제자리에서 힘껏 도약했다. 영중의 손에 들린 공은 골대 대신 대각선을 향해 쏘아지고, 날카로운 패스는 이내 슛이 되어 네트를 스쳤다. 경기 셋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다. 영중이 마지막 득점자와 손뼉을 부딪쳤다.

반드시 우승을 쟁취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맞이한 시즌은 개막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인대가 파열됐던 주전 선수의 재활이 순조롭게 끝났으며 위시뱅크에서 트레이드한 선수도 팀에 순조롭게 녹아들었다. 시즌 초반의 성적이라고는 해도 연승 길을 걷고 있는데다 영중 개인의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았으니 웃어 마땅한 나날이다. 그러나 농구 생활에 순풍은 영중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걷어 내기에는 부족했다. 평소보다 지친 낯으로 훈련장을 빠져나오던 그의 시야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커다란 인영이 걸렸다. 영중은 목 끝까지 올라오는 한숨을 참지 않고 면전에 내뱉었다.

“안 사귀어.”

“대체 언제부터 사귄 거야?”

선수를 쳐서 대답해 봐야 팀원의 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가 몰아닥쳤다.

“야 전영중. 남들도 없는데 솔직하게 좀 말해 봐. 우리가 몇 년을 본 사이인데 비밀 같은 걸 만드냐.”

“국민아. 안 사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