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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빵공장, 포스코이앤씨 등 알만한 대기업들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대통령이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몸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모습이 여전히 낯선 요즘입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기꺼우면서도, 변화가 시작된 게 맞긴 한가, 멈칫거리게 되는 지점들도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이기에 가장 급진적인 두 사람의 특집 칼럼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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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선지 두 달이 되지 않아 정부의 새로운 모습과 역할을 보며, 그에 따라 시민사회의 활력 또한 충만해지는 것을 여러 지점에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건강과 안전 전문가로서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발생, 특히 산재사망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나름 기대를 갖고 정부의 고무적인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산재사망 기업을 방문하면서, 노동자가 사망하게 된 과정에 대한 근본원인으로 저임금 구조 속에 벌어지는 장시간 야간노동을 지목하는 것, 그리고 다단계 하청을 거치며 열악해진 구조 속에 똑같은 재해가 일어나는 것은 방치하면서 단지 공기 단축만을 닦달하는 기업 행태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지목하는 것 등을 통해 산재 원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이다. 단지 이러한 위로부터의 변화가 지속되어 현장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통령을 비롯한 새정부에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그동안 건강과 안전 문제의 관리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간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은 전문성과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는 한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수지타산이 맞아야 현장의 설비가 개선 유지되며, 휴식이나 요양 등 사후관리를 할 수 있어야만 병원 방문이 의미를 갖는다. 결국 전문적 기술적 접근은 돈, 지식,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있어야만 의미를 갖게 되며, 그렇지 못하면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것을 참아내고 엮어내는 노동자 근성만이 최악의 상황을 비껴가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돈, 지식,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없는 경우, 저임금 구조가 다른 위험들의 근본원인이 되며, 하청 구조는 뻔히 보이는데도 무시되는 위험의 시스템적 원인이 된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지목한 근본원인들은 시스템적 원인으로서, 얼마나 상부에 위치한 근본 배경까지 올라 갈 수 있는지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시스템 또한 훨씬 단단한 구조 속에 깊게 파묻힌 모습이 된다.

지난 3월 9일, 성공회대에서 사회대개혁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출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 딱 1주기를 맞는 1년 동안 산재 사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었다. 너무 참혹한 사고였으며, 결코 있지 말아야 할 참사라는 점에서 일반 재해였지만, 산업계 또한 긴장하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결국 1년이 지나 그 기억이 흐려지자, 다시 산재가 증가하는 것을 보며, 단지 분위기만 바뀌는 것으로는 결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관심이 전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을 넘어 비가역적인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시스템의 변화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선 원인의 원인을 포함한 근본원인을 생각할 수 있는 시스템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다음으로 근본원인에 대한 여러 대안들을 폭 넓게 모색할 수 있는 대안적 시스템을 그려 볼 수 있어야 하며, 특히 대안적 시스템에서 각자가 맡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들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즉 한 사람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모두가 새로운 역할을 통해 바뀌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대안 시스템을 담당할 수 있는 주체들의 육성이 필요하며, 이는 교육, 지원, 멘토링, 현장참여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일터 민주주의, 혹은 주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새로운 시각과 역할과 훈련이 갖추어진 시스템을 만들면서 기다리는 동안, 대안에 대한 체화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화에는 영화, 문학, 예술 등 구호나 행위를 넘어 삶을 바꾸는 정치경제문화적 가치 작업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스템은 인권대통령과 함께 시스템대통령, 문화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이 글은 2025.8.4. 한겨레 ‘왜냐면’ 에 게재된 글입니다. 산재 사망에 대해 새 정부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과 관련하여 필자의 통찰을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