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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에 반도체 대기업에 세금을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의결되었고, 2024년 11월에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등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이하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반도체특별법은 ‘한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일체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비롯하여 세제 혜택, 에너지원 공급 등 전 분야를 막론합니다. 법안 논의 초기에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상 늘릴 수 있게끔 규제를 완화한 부분이 비판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재벌 특혜, 환경 파괴, 에너지 독점, 기후위기 가속 등을 지적하며 시민사회계가 꾸준히 법안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특별법이 가져올 여러 문제 가운데, ‘예비 반도체 산업 노동자’의 건강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특성화고등학교 등 관련 교육 기관을 확대하여 전문 인력을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지자체장들은 반도체 고등학교를 유치하려 애쓰고, 전국의 특성화고등학교는 앞다투어 반도체과를 신설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직업병을 비롯한 산업재해 문제는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위험성이 삭제된 자리에 들어선 취업이란 단어는 청년 노동자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더위보다 지독한 습기가 찾아온 7월 2일, 반도체특별법과 반도체 특성화고등학교 신설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를 찾아가 특성화고등학교와 고졸 청년 노동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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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반도체특별법 때문에 바쁘진 않으세요? 반도체 고등학교를 계기로 특성화고가 다시 이야기되고 있어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답) 서울에 반도체 고등학교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게 동대문구라는 거예요. 사실 저도 반도체 고등학교라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이런 고등학교가 있었어?’ 했는데 오래전부터 있었더라고요. 학교가 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OO공고가 이름을 바꾸는 거라고 하길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특히나 단체가 동대문구에 기반하고 있으니까요.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전과 비슷한 종류의 문제를 겪고 있는지, 새롭게 마주한 문제는 무엇인지 여쭤보려고 해요. 반도체 고등학교가 등장하기 전부터 특성화고나 직업계고등학교 관련해서 계속 활동하셨더라고요.
저희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성화고 문제나 현장 실습 문제에 같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게 이제 한 10년 됐죠. 예전에는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을 나가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졸업하고 취업한 청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나가니까 그런 상황에 놓인 청년들을 만나는 게 필요하겠다고 고민하다가 ‘처음처럼’이라는 특성화고 졸업생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거치면서 활동력이 급감했고, 다들 사회에 진출해서 직장생활도 하고 군대도 가면서 바빠지잖아요. 활동이 유야무야로 축소되면서 작년에 정리를 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관계가 있으니까 몇몇 친구들은 제가 따로 보면서 뭔가 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문)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두드러지는 차이가 있나요?
답) 2014~2015년만 하더라도 OO공고에 교육을 나가면 한 반에 20~30명이 꽉 차 있었어요. 그런 반이 되게 많았거든요. 한동안 학교에서 부르질 않아서 못 가보다가 한 3~4년 만에 가서 깜짝 놀랐어요. 학생이 없어요. 반에 남학생이 꽉 차 있고, 다 자는 (웃음) 모습을 기억하면서 갔는데, 5명이 앉아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이제 ‘공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학교에는 학생들이 안 오는 거죠. 학교들도 이름을 막 바꾸잖아요. 되게 막 좋은 이름으로 AI나 디지털 등… 저는 그게 제목 장사라고 생각해요. 이름을 바꿔서 학생들을 계속 유치해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원래는 □□여자상업고등학교였어요. 지금 가장 큰 특징이 ‘부사관과’에요. 그 학과가 되게 인기가 많아요. 맨날 훈련하고, 학교 끝나면 운동장 돌고, 학생들끼리도 경례하고 그래요. 사회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청소년들 진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군인이 빡센 부분도 있지만 직업적으로 보면 안정성이 있으니까요.
문) 저도 학교가 이름을 바꾸는 걸 자주 본 것 같아요. 동네에 있던 공고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로 바뀌었다가 디지털 고등학교 이런 걸로 바뀌고요. 이번에는 분야가 ‘반도체’가 되었을 뿐 학교 이름 바꾸기가 되풀이 되는군요.
답) 시류를 따라가는 거죠. 요즘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니까 반려동물 미용과도 있어요. ‘이런 과도 있었어?’ 싶은 것들이 생기는데, 딱 보면 뭔가 좀 트렌디하고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걸 가지고 만드는데, 실제로 그 과에 가서 학생들이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나에 대한 고민이 들죠. 예를 들면, 어떤 학교가 이름을 바꾸면 과목이나 학과를 새롭게 만들잖아요. 그러면 신설된 학과에 맞는 누군가가 새로 오는 게 아니라 기존 선생님들이 전공을 배워서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런 게 많다는 거죠. 그러면 교육의 질 자체가 낮을 수 밖에 없고, 뭘 배우기가 어려우니까 취업을 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문) 아무래도 특성화고에선 취업이 중요해서인지 학교 홈페이지에 기업명을 쓰는 것도 많이 봤어요. 삼성전자 몇 명, SK하이닉스 몇 명 이런 식으로요.
답) 사실 그것도… ‘갈 수 있다’라는 거지 모든 학생이 그런 회사에 가는 것도 아니고요. 특성화고에서 삼성전자나 공기업으로 가는 학생도 있긴 하죠. 진짜 일부예요. 그 학생들도 사실 대학졸업자랑 직군이 달라서 차별받아요. 우리 동아리에서 회장을 했던 친구가 삼성OO에 갔어요. 입사한 지 거의 10년 되어가는데, 최근에 대졸 사원하고 연봉이 똑같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졸 사원은 들어오자마자 그 연봉을 받는데, 이 친구는 10년이 걸린 거예요. 일은 이 친구가 훨씬 더 잘할 텐데, 직군 자체가 완전히 분리되어있는 거죠. 대기업에 가는 학생들이 있지만, 또 많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거고요. 그건 반도체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문)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을 선택한 학생 대다수는 제조업이든 어디든 알아서 취업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게 어디든 일만 한다면 취업한 걸로 보는 이유는 아직도 교육부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취업률을 따지기 때문인가요?
답)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약간 학교에서 특별 관리를 해요. 자격증 같은 취업 관련 시험에 도전하게 하고요. 평범한 학생들은 그냥 중소기업 연결이 들어오면 연결해준다거나… 뭔가 구체적으로 적성 같은 걸 따지기보단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 연결하는 거죠. 제가 예전에 봤던 플래카드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OO공고가 붙였던 것 같은데, ‘BBQ 몇 명’ 이렇게 적혀있는 거예요. 본사에 들어간 게 아니고, 알바든 뭐든 거기에서 일하는 걸 반영하기도 하더라고요. 어떻게든 취업률을 높게 잡으려고 하는 거죠. 특성화고 목적 자체가 ‘빠른 취업을 하는 학교’니까요. 그게 평가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