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서사.

붉은 나뭇잎이 내 눈앞에서 신나게 춤추며 땅과 마주하는 걸 보니, 벌써 가을이다. 분명 여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스승님과의 훈련, 혈귀들과의 싸움 때문인지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기분이다.

아까 시노부 씨가 내 머리를 짚으며 열이 있다고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그렇다면 지금 내 얼굴은 이 나뭇잎처럼 붉은색일까. 나는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햇빛에 비춰본다. 예쁜 빨간색이다.

가만히 들어 예쁘게 물든 색을 보니,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볼을 붉게 만들어주는 물건이 생각났다. 그럼 난 돈을 쓰지 않고 이 색으로 볼이 물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나름 좋다고 생각하던 와중에도, 건강을 챙겨야한다는 시노부 씨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머리를 쓰친다. 그 말을 듣고 다정한 시노부 씨에게 칫, 하곤 토라진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그러곤 약까지 챙겨주셨지.. 내일 다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러 가야겠다.

집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집은 아니다. 토미오카 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배우는 게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소용없다. 이 멍청한 토미오카가 나를 피하고 있다. 내 감정이 나도 모르게 많이 티가 난 걸까? 여기서 더 깊어지는 것이 싫어서 나름대로 선도 긋고 있었다.

이러한 행동에 눈치 없는 그는 더욱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 그래도 가끔 장난치려는 내 모습에 속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눈치는 없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아냐, 이 멍청이는 절-대 몰라. 뭐가 불만인지 말해줘야 하는데 입만 꾹 다물고 있으니 속이 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을 일에도, 오늘은 작은 것에 마음이 툭 하고 흔들린다. 씻고 자야지. 괜히 말 꺼내봤자 바쁜 사람한테 방해만 될 테니까.

눈을 감으니 열 때문인지 형형색색의 빛이 빙글빙글 돈다. 미간이 지끈거릴 즈음, 차가운 손길이 이마를 눌렀다. 눈을 뜨자 안개가 걷히듯 시야가 선명해지고, 그 안에 서 있는 토미오카 씨가 보였다. 서운했던 건 서운한 거고, 반가운 건 반가운 거다.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약은 챙겼나? 코쵸우가 네게 열이 있다고 말하더군.”

“아… 까먹었어요. 하오리 안에 있는데…”

몸을 일으켜 약을 꺼내려 했지만 그는 나를 눌러 앉히고 직접 꺼내왔다. 흥, 평소에도 이렇게 티가 나게 다정했으면 얼마나 좋아. 볼을 부풀고 있으니 토미오카 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분명 왜 저러고 있나 싶겠지. 아 진짜 바보같아. 그러곤 내 곁에와서 나를 일으켜준다.

밥을 더 먹여야겠군 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가볍다는건가. 하긴 요즘 바빠서 밥을 잘 못 챙겨먹긴 한 것 같다. 물 한잔과 약을 받아먹는다.

그는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지… 왜 그렇게 보는거지… 하고 나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건 무슨 뜻이지? 아직 많이 아픈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