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앗과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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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아닌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러한 호기심은 아버지와 함께 농작물을 기르면서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작물의 주위를 정돈할 때 필요한 가위, 자라나는 줄기를 지탱하기 위해 사용되는 골조와 끈, 열매를 담아내는 바구니까지 여러 도구들을 손에 쥐고 노동합니다. 손에 잡히는 도구가 각 쓰임에 의해 저와 경작지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경험은 작업을 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범람하는 줄기와 잇따라 열린 열매를 보며 회화적 요소를 떠올렸던만큼 밭에 놓인 기구 역시 붓에 반추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기운장(氣運欌)〉에 소개된 물건은 제 책상 위에 자리한지 오래된 도구들을 이용하여 만든 것들입니다. 실과 가위, 칼, 나무스틱, 풀, 작은 채색붓, 라이터 등을 이용하여 긴 종이에 드로잉을 하고, 그림이 잘 보관될 수 있도록 보관함을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종이를 메만지며 그리고 그림이 제 곳에 존재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드는 것은 땅을 갈고 씨앗을 심는 것만큼이나 저에게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오랜시간 직접 관찰한 작물의 줄기와 꽃을 종이에 기록하였습니다. 언젠간 실한 열매가 될지도 모를 것들을 케이스 속에 보관하고자 합니다.

씨앗. 2025. 감열지, 나무, 실, 7.9x3.5cm.

케이스. 2025. 지관, 한지, 채색안료, 먹, 10x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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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1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