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오너의 일

토스 프로젝트 오너 한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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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종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을 통해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원활하게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라플랜’ 대표로 일했다. 토스의 학자금 대출관리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는 프로덕트 오너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니즈 자체를 생산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

그 어둡고 험난한 여정의 맨 앞에서 길을 만드는 사람이 PO다.”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프로덕트 오너’가 생소한 분들도 여전히 많다. 프로덕트 오너란 어떤 일을 하는 건가?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제품은 단순히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것을 넘어 니즈 자체를 생산해줄 때 비로소 ‘Product-Market Fit(PMF, 성장 잠재력 있는 마켓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은 너무 어둡고 험난해서 누군가는 앞에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PO라고 생각한다. PO는 어떻게든 제품을 성공까지 이끄는 사람이다. 토스 ‘공공 사일로’에서 다양한 공공 영역의 문제를 풀고 있다. 공공 사일로는 돈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공공기관과 협력해 토스에서 더욱 쉽고 편리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21년 5월,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내가 받을 수 있는 전국의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사업을 알려주는 ‘숨은 장학금 찾기’와 ‘학자금 이자 지원 받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8월에는 행정안전부의 ‘보조금24’를 통해 900여 개에 달하는 정부 혜택 가운데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만 찾아주는 ‘숨은 정부지원금 찾기’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공공과 민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토스의 PO는 ‘사일로(Silo)’라고 불리는 10명 미만의 소규모 조직을 이끄는 것으로 알고 있다. PO는 담당 사업 부문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상태에서 팀을 구성하고, 개발자·디자이너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며 서비스를 기획·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텐데 PO로서 가장 핵심으로 삼는 지점은 무엇인가?

PO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다를 것 같다. 나는 궁극적으로 제품이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는가, 둘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가가 그것이다. 제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면 활성사용자(Active User) 같은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동기 부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양적인 결과에 매몰되어 질적인 부분을 놓치기 쉽다. 처음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정의에서 벗어나 사용자 유입만 유도하는 미끼성 아이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침투(생산)할 때 세상은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토스에 합류하기 전 ‘올라플랜’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올라플랜은 어떤 서비스였나?

올라플랜은 2020년 출시한 앱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관리 서비스다. 이용자의 대출 기간과 이자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맞춤 상환 플랜을 제공하고 모바일로 간편하게 상환할 수 있는 자동 상환 기능을 개발했다. 올라플랜은 기술의 혜택이 닿지 않은 금융 시장을 탐구한 데에서 시작했다. ‘돈을 불리는 것’에 매료된 핀테크 시장에서 ‘돈을 잘 갚는 것’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기회였다. 대학생 5명 중 1명은 학자금 대출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매년 1만 8천여 명의 학생들이 신용유의자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그 피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올라플랜은 기술의 혜택이 닿지 않은 학자금 대출 시장에서 누구도 고민하지 않았던 ‘돈을 잘 갚는 방법’으로 청년들의 ‘상환력’을 길러주고자 했다.

창업과 인수 등 젊은 날에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권자만 다른 곳의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은 올라플랜이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정보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에 요구하는 자본금 규모가 너무 커서 사업 신청을 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나 자신이 아주 미약한 동시에 아주 커다란 존재임을 느꼈다. 매우 작은 서비스라도 혼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대표가 멋진 설계도와 비전을 가졌다 하더라도 결국 제품은 훌륭한 팀원의 손에서 탄생한다. 창조주 앞에서 난 그저 미약한 인간일 뿐.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작은 존재인 내가 삐끗하면 팀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올라플랜이 마이데이터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비스 중단의 고비를 맞았을 때 나의 불안함은 팀원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의 불안한 감정이 팀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모양이다. 중요한 데모 데이와 오픈뱅킹 심사를 앞두고 무너진 팀의 집중력을 다시 잡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다. 나 또한 팀원들에게는 거대한 존재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