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고도 먼 옛날 호랑이가 아니, 여우가 호랑이로 둔갑할 시절. 그 여우가 한국 땅에서 일본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절. 동네에 돌아다니던 어린아이들이 가나다라마바사가 아닌 아이우에오 카키쿠케코를 하며 돌아다니던 시절. 받은 것도 없는데 국난일때마다 이상하게 힘을 발휘하는 국민 중 정환이 있었다.
어리석게도 부모님은 친일파였다. 창씨개명을 요구하고 가끔은 훼방을 놓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전국을 돌아 사투리를 모았다. 그럴때마다 심장 깊숙히 숨겨져 있던 불꽃이 타올라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았다. 이상한 책임감이 정환을 자꾸만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책임감 때문에 많은 일이 있었다. 동지들이 하나 둘 잡혀가고 삼년전에는 조선어 강습회 마저 불법이라 학생들도 여럿 끌려가고 난 후 대표직을 맡았다. 정환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생겼다. 시간이 갈수록 그 자리는 무거웠고 잠을 설친지 오래다. 독립 이후가 더 바빴지만 그 당시엔 불안함 뱃 속 깊숙히 자리 잡았다. 틈만 나면 제 배를 쿡쿡 찌르며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곤 했었다.
저도 조선어 배울래요! 하던 그 애 얼굴이 생생하다. 아직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한 고집하던 애가 그 말을 하는 걸 두 눈으로 보니 세상이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평생 일본어만 외우고 유학을 가서 춤만 배울 것 같은 애가, 제 몸을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애가, 대회 전날이면 걷는 거 까지 조심하는 그 애가… 안돼, 집으로 가야돼. 하던 목소리가 떨리던 걸 기억한다. 선아는 고집스레 조선어를 배우고 그렇게 문당 책방에 자주 다녔다. 선아 아버지한테 뺨을 맞기도 했고 네가 다 망친거라며 독설을 듣기도 했지만 티내진 않았다. 제 이름을 조선어를 써내리는 선아를 보면 기특하기도 했지만 걱정 되는 마음도 앞섰다. 그 사건 이후로 선아는 극장에서 사라졌다.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였고 쳐들어오는 경찰들을 막아서는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떨렸다. 성난 목소리가 오갔고 뛰쳐나온 극장의 밖은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저 극장 안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안 가 자신도 잡혔다. 옥살이를 하는 동안 거의 죽어가는게 맞을 정도로 사 년을 보낸 것 같았다. 조선어를 가르치는게 아니였는데, 아니면 미리 도망 가도록 하는게 맞았는데, 하면서 숨을 쉬었다. 애석하게도 숨을 쉬었다. 정환은 그렇게 턱턱 막히는 듯 한 옥살이를 사년이나 살았다. 광복을 이룬 후 출소했다. 옥살이 동안 머리도 길었고 수염도 길었다. 그럼에도 비틀비틀 문당책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간 문당책방은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먼지가 수북히 쌓였다. 햇빛이 내려오는 곳에 하얀색 먼지가 둥둥 떠다닌다. 정환은 책방 구석 구석을 살펴보았을 쯤,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하면서 걸어온 정환 앞에 그날 극장에서 사라진 선아가 서있었다. 자신보다 키 큰 선생들 사이로 사라진 선아가 멀쩡히 살아있었다. 아저씨! 하면서 밝게 웃는 선아가 품에 안긴다. 정환은 긴 한숨을 내쉰다.
채선아(2n)
류정환의 아버지인 류완택과 선아 아버지부터 알고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선아가 태어날때부터 정환을 알게 됩니다. 선아가 무용을 배우며 공연을 할때마다 보러 오기도 하고 가끔 선아에게 호떡을 사주고 조선어도 틈틈히 가르치는 돈독한 사이가 됩니다. 선아는 점점 크며 일본어를 더 많이 배우지만 류정환이 조선어사전 작업을 한다던 소문으로 인해 책방까지 방문하며 조선어를 배우고 싶다 라고 정환을 쫒아다닙니다. 결국 조선어학회 사람들로 인해 조선어를 배우고 여러가지 사건을 겪게 됩니다. 광복 후 둘은 책방에서 다시 만나 아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며 교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선아 성격은 고집 있고 낙천적입니다. 앞서 말 했듯 류정환의 만류에도 끝까지 조선어를 즐겁게 배우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후반에 조선어학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끝까지 사람들과 남는 선택을 하는 책임감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류정환
류정환은 우선 자신이 아끼거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위험한 일에 뛰어들면 극구 반대할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주변의 입장이 더 두드러지면 한풀 꺾이거나 은근 타협하며 자신의 입장을 무르는 편인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 큰 책임감을 가지며 자신 때문에 타인이 다치는 일이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 입니다.
아무래도 선아를 너무 어렸을때부터 본 터라 자신이 선아의 또다른 보호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첨언 하자면… 둘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기본적으로 있을 것 같아요. 가끔 그게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던지 상대를 향한 과한 걱정으로 나온다던지… 특히 정환은 자신의 과거에 아직도 발이 묶여 있어서 선아와 혼인까진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자신 보다 좋은 사람 더 만나 혼인 하라고 늘 생각하는 대표님…😌(하지만 선아가 다른 사람과 혼인이나 연애를 하면 못 살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