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후기입니다.

날이 무더운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사실 후기는 글과 관련하여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잔뜩 적어놓는 거라서 안 읽으셔도 괜찮은 비하인드 입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그냥 거기에 그대로 두어야 더 완전하기도 하잖아요. 빈칸이 있는 게 더 완전할 수도 있는 거구요. 제 후기는 그 빈칸을 제가 욕심껏 채우는 거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목이 미지의 빈칸인데요. 글을 다 쓰고 얼른 제출 해야 하는데 제목을 뭘로 할지 잔뜩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제는 [미지]였어요. 이건 제가 최근에 미지의 서울을 재밌게 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진 않았습니다만)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정서가 닮은 부분도 있을 것도 같아서 오히려 연상되게 지었습니다. ‘빈칸’은 글 쓰면서 샤이니의 빈칸을 들어서 마지막에 그렇게 정하게 되었네요.

다소 tmi지만 참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요즘인데요. 합작에 글을 내려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사실은 끝에 끝까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엄청 지각했고…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을 즈음에는 (이미 너무 많이 늦어 있었지만) 막힘없이 써내려갔던 거 같아요.

전반적으로 밍숭맹숭한 느낌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냥 제가 최근에 그런 글을 재밌게 읽어서 그런가. 이런 류의 담백함이 제 글엔 없는 것 같더라구요. 항상 과하게 힘주는 느낌 (그렇다고 그 정도로 화려한 글도 아니지만). 글을 많이 쓰면서 쉬운 게 많아지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처음보다도 아주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올 여름 초에 저는 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의 고향에 같이 내려갔다 왔는데요. 그 친구를 오래 만났지만 고향에 같이 간 건 처음이었어요. 처음 만난 이래로 매번 가자가자 이야기만 하고 여러 일이 겹쳐서 매번 무산 됐었거든요. 그렇게 함께 지내던 서울을 떠나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고향을 와서 이제는 이 곳이 또 다른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나고 자란 곳이 여전히 너무 중요한 곳이지만, 이후 서울에서 보낸 긴 시간 때문에 또 많이 달라진 것 같다구요. 그 말이 저로 하여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이 글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ㅎㅎ

자전거는… 제가 올초 겨울에 되게 화나는 일이 있었거든요. 지하철 역 앞까지 갔는데 화가 도통 가라앉지가 않아서… 야밤에 따릉이를 빌려서 미친 듯이 밟았어요. 한참 가다 보니까 중학생 때 살던 동네까지 가버렸더라구요. 그렇게 채택되었습니다. (엥? ㅋㅋ)

글의 배경은 제가 중학생 때 살던 동네를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래서 둘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꼭 넣고 싶었구…

누군가의 이미 사라진 덧니를 그리워하는 건 참 좋은 일이니까 이런 소재에 관해서는 언젠간 쓰고 싶었는데, 윤버로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들. 있을 것도 같고 없을 것도 같은 경험들로 이루어진 잔잔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글을 쓰면서 초점의 변화를 평소보다 조금 신경 썼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진 않았습니다! (ㅋㅋ) 제 글의 특징은 등장인물 모두의 온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그치만 사실 실생활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전부 알 수도 없고, 그걸 일일이 발화하지도 않습니다. 미지의 빈칸이 있죠. 그래서 이 글은 부족하게나마… 그 빈칸을 만들려고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정한과 한솔이라면, 정말로 그럴 것 같아서. 서로에 대해 다 알려고 할 것 같지 않았어요. 그니까 내 말은 너를 다 알고 싶어 하고 싶은 시기는 이미 지나온 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쓰면서 신경쓴 건… 한솔의 목소리에 대한 묘사예요. 글 전반에서 한솔의 목소리가 꽤나 낮게 묘사됩니다. 정한은 아주 어릴 때의 한솔만 봤으니까 이십대 중반의 한솔의 목소리가 유독 더 낮게 들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에서는 한솔이 흥분하는 일 없이 계속 담담한 말투를 구사하기도 하구요.

둘은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 곳에서 지내다가 아주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정한에게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서는 굳이 적지 않기로 했습니다. 슬프고 좌절스러운 이야기를 길게 묘사하는 일은 이런 타입의 이야기에서는 가끔 불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그 과거가 더는 이야기 속 정한과 함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한은 이후에도 가끔은 한 쪽 발목이 아프겠죠. 탈색을 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이후 한동안은 인터넷은 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정한은 더 이상 묶여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도 발을 털고 짐을 싸서 돌아올 곳을 만드는 사람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서울로 가든 계속 이곳에 남든, 정한은 좋은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했구요.

유튜브에서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라는 플레이 리스트를 참 좋아하는데 이 이야기의 테마라고 생각했어요. 새벽에 들어보세요 (새벽 감성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