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단체협의회 주최,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주관
박태선(국회의장실 기록비서관)
○ 기록은 역사이고, 정치 그 자체이다. 기록을 하는 일은 어떤 사안을 남기고, 어떤 사안을 지우며, 어떤 시각으로 기억할지를 결정짓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행위이다. 단순한 문서 보존이나 기술적 관리의 문제를 넘어서, 그것은 국가의 집단 기억을 구성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진실의 틀을 짜는 작업이다(박태선, p.55).
○ 지금까지의 국가기록정책은 대부분 기록관리라는 행정 기술적 관점에 기반해 발전해왔다. 기록은 절차대로 생성, 분류, 보존되는 문서로 취급되었으며 그 안에서 기록의 가치는 행정적 책임성, 사후적 검토, 보존 기한 등의 기준에 따라 판단 되었다. 이 같은 접근은 기록을 기계적으로 관리되는 과학적 접근 대상으로 환원시켰으며, 그 것이 담고 있는 의미나 권력의 문제를 비가시화 했다.
○ 물론 권력 문제의 이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 아카이브의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의제를 통해 우리는 전문성을 획득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아키비스트로서의 전문성을 지켜가며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5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이러한 '중립성'이라는 키워드가 여전히 적절한 지에 대해 많은 질문과 이의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 민주주의 강화, 정치적 책임 이행, 국민 주권 실현 등을 위해 국가의 기록과 이를 다루는 전문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점점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록은 계속해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여전히 '권력으로부터의 거리두기'를 구호로 내세우는 것이 과연 현시대에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 기록이 본질적 목적과 괴리되면서, 기록은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아닌 단순히 사실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축소되었다. 정책으로서의 기록은 '관리'의 대상이 되었고, '정치'의 현장에서는 사라지게 되었다. 즉, 기록이 행정적 산물로만 존재할 뿐, 정치적 산물로서의 의미는 상실한 것이다.
○ 특히, 정치 현장에서도 기록의 의미가 단지 무언가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한 '관리' 대상이나 '감시, 통제'의 대상으로 축소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삶의 실질적 발전과는 거리가 생겼다. 우리가 가져야 할 중립성은 무엇일까, 발표자의 생각은 몰가치성은 아니라는 해석을 갖는다.
○ 당파적 현상으로부터 객관성을 확보한 중립성은 유효하겠지만, 권력의 중심 추를 시민으로 옮겨두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한다. 다시 말해 기록의 ‘중립성’은 당파로부터 독립된 객관성을 의미할 수 있지만, 시민 중심의 권력 재배치를 방해하는 몰가치성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 다만 동시에 기록의 (기득권적)정치화를 경계하며, 아카이브가 특정 정치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설계와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하다.
○ 또한 기록은 단순한 증명의 수단을 넘어, 시민이 민주주의의 실체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공적 담론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공적 담론에 관한 이야기는 한편으로 매우 넓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 바, 이 발표에서의 추가 적 논의는 다음을 기약해본다.
○ 다시 돌아와, 이는 국회기록원 설립을 준비하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기록과 시민의 관계성에 대한 여러 현상들을 목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러한 논의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으로, 오늘 국회기록원 설립이라는 실질적 현상에 관한 토론회에서 '해석적 권력 투쟁의 산물'로서의 기록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이에 대한 논의를 감히 제안해보는 바이다.
○ 국회기록원은 단순히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거나 국민의 알권리만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민의의 전당을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국민 주권 실현을 위한 통로로서 발전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러한 취지는 '들어가며' 서문에 담아두었다.
○ 오늘 토론회에서는 긴 이론적 논의보다는 국회기록원 설립에 관한 구체적 현황을 공유하고, 더 나은 제안을 수용하는 자리가 되도록, 이후 내용에서는 국회기록원 설립에 관련된 정보만을 설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