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마저 없었다면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 『커피와 담배』
커피는 참 신기합니다. 누군가는 커피에 인생을 걸고, 누군가는 커피를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으로 삼거든요. 커피 리브레 서필훈 대표는 어느 날 마신 커피 한 잔에 사로잡힙니다. 그날 그가 들이켠 것은 ‘인생’이었으니, 그후로 일 년 중 삼분의 일을 세계 커피 산지에서 보내는 삶을 살게 되죠. 소설가 정은은 바리스타로 일하며 낯선 누군가와 연결된 매개체가 ‘커피’였다고 말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커피와 담배』는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많은 것이 담긴 커피를 통해 결국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눈,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좋아하던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일만큼 행복하고 동시에 불행한 선택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커피가 가진 마력에 영혼을 사로잡혔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 좋아하는 일의 본질은 일이 즐겁다고 여겨지는 순간뿐만 아니라 일이 되어가는 과정의 모든 희로애락과 원하지 않는 결과까지도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바로 그곳에 있다.
제목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저자 서필훈
출판사 문학동네
- 커피는 유일하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영역이고 내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었다. 커피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대접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커피는 민주적이다. 커피는 쉽게 손을 내밀어준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가 발을 반쯤 걸치고 삶의 여유를 꿈꿔 볼 수 있게 한다. 커피마저 없다면 내 삶은 무미건조하고 비참해질 것이다. 커피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거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제목 커피와 담배
저자 정은
출판사 시간의흐름
엄청나게 가볍고, 믿을 수 없게 우스운
『농담』 +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소설 『농담』에서 중요하고 무겁게 여겨지는 삶은, 우습지만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집니다. 작가는 역사와 개인의 관계,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랑과 분열을 오가며 미래를 의도할 수도, 과거를 정의할 수도 없는 인생의 복잡함을 이야기합니다. 『농담』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라고 꼽은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오랫동안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남자가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들며 자신의 인생과 세계에 대해 해온 긴 사색입니다. 두 소설 모두 삶과 분리된 개인의 의지에 대해 절망과 조소를 담고 있지만, 인간과 세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토록 섬세한 관찰 또한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두 작가의 문장을 만나보세요.
- 이제 기쁨 같은 건 촌스러운 것이 되었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나는 바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된 회의주의에 물든 사람들도 나 못지 않게 천치들이다, 내 어리석음을 버리고 그들의 어리석음을 따라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 젊음이란 참혹한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들이 희랍 비극 배우의 장화를 신고 다양한 무대 의상 차림으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광적으로 신봉하는 대사들을 외워서 읊으며 누비고 다니는 그런 무대다. 역사 또한, 미숙한 이들에게 너무도 자주 놀이터가 되어 주는 이 역사 또한 끔찍한 것이다.
- 내 인생의 모든 일들을 전부 취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일들을 초래한 실수들이 내가 한 실수들이 아니라면 무슨 권리로 내가 그것을 취소할 수 있겠는가?
제목 농담
저자/역자 밀란 쿤데라/방미경
출판사 민음사
-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 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문득 스스로가 대견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제목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저자/역자 보후밀 흐라발/이창실
출판사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