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커피

펠트커피 대표 송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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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대웅

펠트커피 대표. 유학 중 커피 가게만 찾아다니는 자신을 깨닫고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다. 귀국 후 바리스타로 경험을 쌓고 2015년에 서울 창전동에 펠트커피를 열었다. 디타워점, 도산공원점까지 매장을 열며 스페셜티커피를 발견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이른 아침 일어나 산책하듯 카페로 가서 마셨던 커피를 떠올려보라.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더 나은 커피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펠트'다.”

커피에 입문해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학생 때 영국 런던 유학을 준비하며 2년 동안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를 가까이 접했다. 이때까지 커피는 내게 그저 가장 좋아하는 취미였다.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런던으로도 미술 공부를 하러 갔다. 그런데 유학 중에도 나는 커피 가게를 주로 찾아다녔다. 그전에는 옷을 찾아다녔는데 말이다. 미술은 내 길이 아니란 걸 깨닫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커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런던에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스페셜티 커피를 다양하게 맛보았다. 당시 한국에서는 산지 정보라고 하면 원두 생산 국가 정도만 이야기하는 정도였는데, 런던에서는 어느 나라에 있는 어떤 농장에서 무슨 커피가 생산되는지를 좀 더 디테일하게 익힐 수 있었다. 커피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로스팅이나 브루잉을 익히는 커피 관련 수업도 들었다. 2010년 무렵 한국으로 돌아왔고 바리스타로 몇 해 일하다가 2014년에 매드커피 김영현 대표와 함께 스페셜티커피 로스팅 공장을 연 게 펠트(felt)의 시작이다. 1년 후인 2015년에는 서울 신촌 주택가 골목에 쇼룸을 열었다.

서울 창전동 골목 옛 ‘은파피아노’ 자리(1호점), 종로 디타워점(2호점), 도산공원점(3호점)까지 펠트의 공간은 ‘여백’으로 주목받았다. 간판도 의자도 없는, 있는 듯 없는 듯 주변과 어우러지는 공간은 어떻게 기획되었나?

1년가량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며 원두 납품만 하다가 2015년에 펠트 첫 매장을 오픈했다. 20평도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로스팅을 하다 보니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단, 편히 쉬는 공간인 카페가 아닌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쇼룸으로 꾸렸다. 오로지 커피만 존재하는 곳이랄까. 처음 매장을 열 때는 의자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가진 돈으로 좋은 커피 머신을 구입하고, 인테리어는 직접 했다. 이전에 있던 피아노 학원의 간판도 떼지 않았다. 간판의 목적은 알리는 것일 텐데 유동 인구가 적은 골목이라 간판이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카페를 해도 되겠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았다. 공간이 눈에 띄지 않는데다가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열어 운영 시간도 한정적이니까.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아는 사람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럴 만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2018년 광화문 디타워점, 2019년 신사동 도산공원점까지 오픈하며 매장 수가 늘었지만 펠트의 첫 매장과 같은 콘셉트를 유지하려 한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이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간 디자인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논의한다. 디타워점은 오피스 상권에 어우러지는 공간을 기획했고, 도산공원점은 패션 브랜드 준지(JUUN.J)의 플래그십 스토어 분위기를 살렸다. 오는 9월 23일, 청계천에 오픈하는 4호점도 마찬가지다.

좋은 커피는 어떤 걸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 최고다. 물론 그 가게의 커피가 맛도 좋으면 좋겠지만… 여행지에서 이른 아침 일어나 산책하듯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아가서 마셨던 커피를 떠올려보라. 그 순간 비로소 여행하고 있단 걸 실감한다. 커피 맛도 더 좋고, 커피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펠트의 브랜딩 철학은 무엇인가?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조금 더 나은 커피를 제공하는 것. 브랜드가 일상과 닿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중시한다.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찾았던 그 커피 가게처럼… 아침 8시부터 문을 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분이 많지 않더라. (웃음) 그래서 오픈 시간을 오전 9시로 변경했다. 디타워점은 주변에 오피스가 많다 보니 출근 시간을 고려해 오전 7시부터 오픈한다. 가정이나 오피스에서도 커피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원두, 콜드브루, 드립백 등은 오프라인 매장과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어서 커피 교육을 시작했다. 펠트 구성원뿐 아니라 펠트 원두를 사용하는 파트너 매장 관계자,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분들을 위한 비기너 단계의 코스를 들으면 자신이 선호하는 커피 취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커피 메뉴를 위한 도구를 직접 경험해보고, 다양한 커피를 맛보면서 일상에서 편안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현재는 코로나 방역을 준수해 일주일 한두 차례,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는데 상황이 나아지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