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 이름이 뭐예요? 저는··· ‘민주’예요. 김민주.
O : 아~ 나는 ‘올리비아’라고 해, 머냐.
M : 되게 이국적인 이름이시네요.
O : 응, 태어난 건 외국에서 태어났거든.
물론 10살도 되기 전에 한국으로 와서, 한국말에 어려움은 없어~ 머냐. 작은 입으로 조잘거리는 올리비아를 멍하니 보는 민주. 올리비아는 이때,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민주가 자신에게 최소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M : 방금 우리 섬의 마지막 일원을 영입했어.
Y : 진짜?! 완전 잘된 일이잖아, 아무튼!
M : 응, 그렇긴 한데···. 하, 뭔가 기분이 이상해.
Y : 왜? 뭐가 이상한데?
M : 그냥··· 아, 모르겠어, 나도···. 너무 어려워.
Y : 흠~.. 민주는 본인 감정을 잘 모르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이 분명 많았는데, 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말도, 저 말도 전부 이상한 것 같아서. 요비는 의외로 눈치가 매우 빠른 편이다. 누군가 타인에게 호감을 품으면 금방 알아챌 정도로. 그래서 요비는 아마 이때부터 조금 느꼈을 것이다. ‘심상치 않은 관계가 되겠구나’하고.
집터를 정해준 바로 다음날, 올리비아는 그곳에 입주했다. 평소 같았다면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보러 가지 않을 민주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런 연약해 보이는 몸으로 혼자 낑낑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물론 핑계였다.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민주는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집 정리를 전부 마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믿음직해 보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무거운 건 전부 자기에게 달라 하더니, 결국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가 돼버렸다.
O : 민주, 힘들지, 머냐? 그러게 안 도와줘도 된다니까···.
M : 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오라고 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O : 흠~.. 집에는 갈 수 있겠어?
M : 가야죠···. 여기서 잘 수는 없잖아요.
올리비아가 건네준 물을 마시며 말하는 민주. 사실 여기서 자라고 하면 거절하진 않을 생각이었다. 실제로 너무 힘들었고··· 지쳐서. 집에 가다 더 가까운 요비네 집에 하루만 얹혀 잘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O : 난 여기서 자고 가도 되는데···. 민주가 싫으면 말고, 머냐~
그녀의 화끈한 제안에 결국 넘어가버린 민주. 어느새 싱글 침대에 둘이 나란히 누운 모습이 되어있었다. 이사로 인해 피곤했는지 바로 곯아떨어진 올리비아에 반해, 민주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옆에 좋아하는 상대가 있는데, 어떻게 태평하니 잘 수 있겠는가. 터질 듯 뛰는 심장을 느끼며 민주는 그제야 인정했다.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보송한 상태로 일어난 올리비아와 죽기 직전의 상태로 일어난 민주. 마음을 자각하니 더 떨리게 되는 바람에 해가 뜨고서야 겨우 잠든 탓이었다. 한참 깊게 잠들었을 때쯤, 올리비아의 목소리로 인해 강제로 일어나게 됐다. 천사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안 일어나겠어.
O : 민주~! 일어나 봐, 머냐.
M : 으응··· 네···? 으앗, 벌써 시간이···.
O : 어제 도와준 게 고마워서 아침이라도 간단하게 차려봤어, 머냐. 맛있었으면 좋겠다~
M : 아, 아니, 그런 거 안 해도 되는데···.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도 예쁘네. 민주는 침대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올리비아가 토스트를 내어왔다. 새까맣게 그을린 토스트를. 음··· 요리 실력은 안 예쁘네. 순간 조금 당황했지만 웬만한 음식은 그냥 먹는 민주였기에, 군말 없이 입에 넣었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사람이 해준 음식을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비록 세상에 없는 맛을 창조했을지라도 맛있게 먹어야 했다. 민주는 그날 처음으로 본인이 막입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