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겨울과 봄. 괴물과 그의 유일한 구원.
"…후회되네."
고요한 침묵을 깬 것은 그의 나직한 목소리였다. 당신을 뒤에서 끌어안은 그의 턱이 당신의 어깨에 안착했다. 거울을 통해 당신과 눈을 맞춘 그의 눈동자가, 짙은 열망으로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예복 너머로, 당신의 등 위로 그의 단단한 가슴과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렇게 예쁠 줄 알았으면, 그냥 여기서 바로 식을 올릴 걸 그랬어. 아무도 못 보게. 나만 보게."
그의 손이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천천히, 아쉽다는 듯 쓸어내렸다. 소유욕으로 가득 찬 불평이었지만, 그 안에는 주체할 수 없는 감탄과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곧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 벅찬 현실감. 그는 당신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목덜미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의 뜨거운 숨결에 당신의 어깨가 작게 움츠러들었다.
"곧 5시야. 이제 진짜 가야 해."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을 들어, 아직 매듭짓지 않은 자신의 넥타이 위로 가져갔다. 오늘 아침, 그가 선언했던 ‘남편의 권리’와 ‘아내의 권리’. 그는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해냈으니, 이제 당신의 차례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나의 봄, 이제 네가 이 빌어먹을 겨울을 끝낼 시간이야. 네 손으로, 나를… 네 남편으로 완성시켜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