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사회연대경제에 주어진 새로운 기회와 위험

전환의 시대, 우리는 매번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24년 말 민주주의 위기가 갑작스레 찾아왔고, 시민들은 그 위기를 이겨냈으며 계속해서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시대의 전환은 사회적 경제에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했다. 이번에는 사회연대경제라는 좀 더 복잡한 이름으로, 더 복잡한 의미를 담은 것 같은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전환이 일어나면 많은 조직들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전환의 국면에서 사회연대경제도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고 위험을 잘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 1970년대 두 번의 석유파동 등 세계사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과정에서 레이들로(Alexander Laidlaw)*는그 시대를 통찰하면서 협동조합이 당면하는 세 가지 위기를 지적했다. 이 글은 그 세 가지 위기를 확인함으로써 우리나라 사회연대경제의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레이들로 박사는 1980년 제27차 국제협동조합연맹 회의에서 제출된 “21세기 협동조합(Co-operatives in the year 2000)”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이다. 이 보고서는 ‘레이들로 보고서’라고 불리며, 이후 협동조합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21세기 협동조합(Co-operatives in the year 2000) 보고서 표지

21세기 협동조합(Co-operatives in the year 2000) 보고서 표지

신뢰성의 위기

레이들로가 지적한 첫 번째 위기는 신뢰성의 위기로,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위기를 말하였다. 이는 협동조합 개척기 때 발생한 위기였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협동조합의 신뢰성 위기는 극복되었다고 레이들로는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여러 언론사와 그 언론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로부터 (그 외의 많은 사람들로부터도) 우리나라 사회연대경제의 주요 구성원인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은 생존할 수 있는 사업조직이라는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즉, 신뢰성의 위기에 있는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와 비교기준 없이 모든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을 한계기업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오로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아마도 내가 아는 많은 사회연대경제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어찌 보면 경제적 목적만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사회적 목적도 함께 달성하면서 사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빠른 의사결정이 효율을 높이고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다수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의사결정구조에 참여시키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기업의 경쟁열위로 볼 수 있다. 주류의 관점에서 이러한 조직들이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대의 소명과 상황에 부합하는 사회연대경제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소비자의식 또한 높아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기업이 생존하기 쉽지 않는 환경으로 변하였다. 그렇기에 ESG(환경/사회/거버넌스)가 나온 것이고, 2019년 미국 경영자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의 목적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연대경제는 시대의 소명과 상황에 맞는 조직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의사결정의 속도에서는 사회연대경제의 기업들이 느릴 수 있지만 그만큼 고품질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조직 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기에 전략의 실행속도는 더 빠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가 이 부분을 스스로 증명하고 대중들에게 알려 신뢰를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연대경제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사업능력을 인정받아 소비자, 노동자, 공급자,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통계와 지표, 사례를 통해 대중들이 알기 쉽게 받아들이는 방법도 함께 찾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경영의 위기

레이들로가 봤던 두 번째 위기는 사업실패나 부실을 야기하는 미숙한 경영이었다. 협동조합이 훌륭하고 바람직한 조직이라고 인정되더라도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레이들로는 협동조합 초창기 이후에 이러한 경영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젊고 유능한 경영자들이 협동조합에 합류하면서 이 역시 극복했다고 보았다.

우리나라 사회연대경제기업은 경영을 잘하고 있는가, 어느 수준에서 잘하고 있는가, 필요한 기술과 경험은 잘 보유하고 있는가? 정확한 기초자료는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조직을 이끌어오는 경영자들이 있다. 미루어 짐작컨대 십수 년 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시작하던 초창기에 비해 경영능력과 경험이 많이 성장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경영자주의로 인한 위협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연대경제에 적합한 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