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새해 첫날에 고창에 내려갔다. 작년 한 해 서울에서는 실용음악 공부와 일을, 고창에서는 전수 교육과 공연 준비(올해의 신작, 이굿저굿, 고수손씨가, 풍무), 크고 작은 공연(노상놀이, 초청공연 등)을 하며 몸과 마음을 바쁘게 지냈던 것 같다. 작년 11월에 올린 풍무를 끝으로 오랜만에 내려간 고창. 1월 초 전수 교육의 명을 받들어, 한 해의 시작을 고창농악으로 열었다.

일반전수(판굿전수) 1~2주차에서 북반을 맡았다. 전수의 안과 밖에서, 고창농악에서 통북을 치게 된 건 2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판 안에서 북의 역할과 성음, 북잽이의 몸짓과 놀이에 대해서 조금씩 경험과 이해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이번 겨울전수를 거치며,

  1. 북 가죽의 울림이 얼마나 섬세한지
  2. 북 장단의 무게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3. 판과 구정놀이에서 각각 북장단은 어떻게 채워내야 자연스러운지

등에 대해 조금 깨닫고, 앞으로의 개선 과제들로 남겨두게 되었다. 가볍게 터지듯 하얗게 울리는 북소리, 크게 귀를 사로잡지 않지만 자기 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우고 있고, 이따금 흥을 발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악기, 혹은 사람.

굿판의 흐름은 매우 다양하고, 다변적이다. 고창농악 내에서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의 역할이 있는 한 편, 굿은 한 사람의 감정상태, 성격, 태도,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가 절실히 드러나는 음악이자 행위이기 때문에, 그 결과값도 다채롭게 나타난다. 이번 전수기간 동안 고창굿이 어떠해야하는지 전수생에게 교육하고 전달하는 한 편, 그와 동시에 굿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움과 그 속의 사람이 드러나는 특성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전승해야할지 고민이 들기도 했다.

이번 겨울전수(부포 특별전수까지)를 통해 개인적으로 연행의 중점이

그 간 맺이에서 맺이로 이어지는 놀이 중심의 접근에서

→ 움직임, 가락, 놀이의 최소 단위라고 생각하는 한 번의 호흡과 그것의 흐름

으로 전환되는 시기라고 느꼈다. 고창농악 전수교육 강사를 시작하고, 판굿과 구정놀이의 흐름을 이해하고 또 교육하는 과정에서 나는 먼저 ‘놀이’(놀이라고 하면 삼채에서 발바치를 하며 앞뒤로 이동하며 놀거나, 굿거리에 발놈음을 하거나, 이채에서 가락놀음을 하거나)를 재밌게 해내고, 그 힘을 이어받아 멋지게 맺으면 되겠구나 생각하며 나 스스로 연행하고, 전수했다. 선생님들 영상을 보았을 때 놀이를 정말 ‘놀 듯이’ 시작과 끝을 거침없이 해내시는 걸 눈여겨 보았고, 고창굿 전수생들 또한 구정놀이 순서에 담긴 놀이들을 잘 살려 즐겁게 춤을 추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놀이를 놀이답게!’에 관한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놀이에 집중하던 얼마간의 시간을 지나, 이번 겨울 몸과 감정의 호흡과 거기에 함께 가는 장단과, 춤, 사위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간 여러 선생님들께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늘상 들어왔지만, 지금이 되어서야 호흡이라는 게 무엇인지, 굿 속에서 내 몸은 어떻게, 무엇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는지 감각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과정들이 모두 거름이 되었으리라. 아무튼 즐겁고도 반갑게 새로운 감각을 떠올리며 걸음과 춤, 장단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호흡에 대해서 여러가지 궁금증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장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있다. 선생님들의 연행을 보면 호흡이 늘상 정박에, 박 마다 같은 길이와 같은 크기로 흘러가지 않고, 때때로 깊게, 때때로 넓게, 또 그 반대로, 그 스케일의 어딘가의 모습으로 다채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에 맞춰 디딤도, 장단도… 굿은 ‘호흡의 예술이구나’했다. 재즈나 클래식 연주에서도 호흡이 있고, 우리나라의 전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선 뒤로해야겠다.

개인적으로도 연행을 할 때 호흡을 늘렸다 줄였다, 순간의 기운을 크고 작게 사용하며 놀고 있었지만, 다만 그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악기 연주는 호흡에 어떻게 못미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있다. 지갠과 기닥, 구궁, 기덩 등이 어떻게 소리나야 하고, 어떤 맛이어야 하는지, 선생님들의 연주에 귀기울이고 있다. 그간 시각적인 정보에 치중하고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장단 외에도 연습하고 싶고, 손보고 싶은 게 많지만 그게 또 하나 하나 다른 게 아니라 결국엔 같은 것이겠지. 앞으로 공부를 성실히 하는 한 편, 농악의 연주와 몸짓을 더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호흡과 걸음, 오금질, 구궁과 기닥 등등을 다른 관점으로, 혹은 다른 언어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몸과 움직임 영역의 전문가, 전통예술 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대어 보고싶다. 우선 다가오는 연구비 지원 사업을 얼른 준비해야겠다.

이번 겨울전수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 함께 나눈 이야기로 며칠의 시간을 잘 보냈다. 앞으로 나 스스로도 더 성장하고, 공부해서 좋은 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