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화(花) - 꽃 > 처음 만난 모니터 속 멘티는 마치 작고 고운 한 송이 꽃봉오리 같았다. 툭 건드리면 여린 꽃잎이 금세 흩날릴 듯하여,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것 같았다.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꽃내음이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고, 그 향기가 세상을 봄으로 물들이는 듯했다. 이것이 나와 멘티의 첫 만남이었다.
수줍고 사랑스럽던 작은 꽃봉오리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점차 아름답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색과 향을 맘껏 풍기며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노란 개나리처럼 순수하고 귀엽다가, 붉은 장미처럼 강렬하고 화려하다가, 하얀 벚꽃처럼 눈부셨다. 짧은 인연의 찰나에도 멘티는 다양한 색깔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 글은 그렇게 다채로운 색깔로 꽃밭을 그려나가고 있는 멘티의 성장 이야기다.
< 제2장. 양(樣) - 모양 > 내가 만난 멘티는 세상의 어떤 말로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처럼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오직 멘티의 이름 세 글자로만 설명될 수 있는 특별한 형상이었다.
나는 그 도형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멘티의 국어 실력이 자라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았다. 문단의 중심 내용을 말하기 망설이던 멘티가 이제는 스스로 생각한 중심 내용과 주제를 완성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눈으로만 글을 따라가다 잘못 읽고 실수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또박또박 글을 읽으며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과 정답을 정확히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정답을 확인할 때 들려오는 경쾌한 채점 소리에는 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100점이 적힌 문제집을 들어 보이던 멘티의 고운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멘토링이 준 가치는 단순히 성적 향상에 그치지 않았다. 그보다 더 값진 자신감과 흥미, 다시 문제를 마주하는 도전 정신과 틀릴 수 있는 용기를 함께 선물했다. 멘토링으로 심어진 희망의 씨앗이 이제 멘티의 품에서 뿌리를 내려, 앞으로 펼쳐질 눈부신 항해의 여정을 든든히 비춰줄 것이다.
< 제3장. 연(年) - 해 > 1년 365일 가운데 멘토링을 진행한 기간은 약 3개월. 그중 멘티와 진짜로 소통하며 일상을 나눌 수 있었던 날은 단 24일이었다. 인생이라는 두꺼운 책에서 무작위로 한 장을 펼쳤을 때, 그 페이지가 황금기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멘티는 일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기꺼이 나와 나누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가족과의 여행, 아끼는 물건과 좋아하는 연예인까지 소중한 기억들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멘티의 특별한 일정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멘티는 수영을 취미이자 특기로 삼아 전국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한 멋진 선수였다. 하지만 어느 날 멘티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하소연했다. 수영 대회에 나가서 늘 2등만 해왔고 그게 약간의 징크스처럼 남아있다고 말이다. 다가올 대회를 앞두고 “1등을 해서 금메달을 따오겠다. 그런데 금메달을 따오지 못하면 어떡하냐.”라며 불안한 속마음을 나에게 살짝 내비쳤다.
수영은 커녕, 물에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나에게는 수영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만으로 멘티가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금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수영하는 그 순간을 맘껏 즐기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인 것 같다는 내 생각을 조심스레 전했다. 2등도 충분히 값진 성취이며, 그 과정을 열렬히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금메달에 닿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국 대회가 끝난 뒤 멘티는 반짝거리는 황금빛 금메달을 손에 쥔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한계와 징크스를 뛰어넘고 더 크게 한 단계 성장한 눈부신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성장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될까. 그것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황금기라면 더더욱 희박할 것이다. 멘토링은 그런 귀하고 특별한 순간을 멘티와 나에게 연결해 주었다. 더없이 행복한 일을 함께 기뻐하고 맘껏 축복할 수 있는 건 참으로 복받은 일이다.
< 제4장. 화(華) - 빛나고 아름답다 > 꽃은 피고 지며 계절을 만든다. 지는 순간이 오기에 피어있는 순간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우리도 그런 면에서 한 송이의 꽃과 많이 닮아있다. 실패와 좌절을 겪은 끝에 맺은 결실이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