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분야] 수상작


🥉[우수상] 박O희 - 멘토링, 각기 다른 빛이 스며들어 피운 배움과 성장의 시간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1학년 때처럼 그저 놀면서 흘려보내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도 못한 채 고민만 늘어가던 내게 동기들은 멘토링 활동을 추천해 주었다. 교사를 꿈꾸는 사범대생인 내게 멘토링은 단순한 대외 활동을 넘어, 교육 현장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라 느껴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며 면접을 본 뒤,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시간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합격 문자를 받은 순간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학창 시절 나만의 작은 학교가 되어줬던 EBS에서 주관하는 멘토링에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첫 멘토링’이라는 모험의 시작 앞에서 설렘과 긴장이 뒤섞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학생으로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 익숙해져 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멘토로서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을 전공하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 일은 색다른 도전이었다. 서울에서만 자라온 내가 강원도의 학생들과 10살이라는 나이 차를 넘어서 교류를 잘 이어갈 수 있을지와 같은 걱정도 뒤따랐다.

막연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준비와 노력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려 했다. 매칭된 학생들의 진단평가 결과를 살펴보며 파악한 학습 수준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한 PPT 템플렛에 OT 내용을 담았다. 멘토링 일정을 조율하고 학습 피드백 전달하기 위해 학부모님과 직접 연락하는 경험도 용기 내어 해냈다. 매 차시 학습 분량과 활동 자료를 점검하고, 화상 채팅방 접속 환경까지 미리 확인하며 30분의 시간을 온전히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렇게 맞이한 첫 멘토링은 걱정과 달리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머지않아 4명의 학생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1. 현지의 이야기] 오답을 거름 삼아 만개하는 화사한 봄꽃

현지는 추운 겨울을 지나 생물들이 활기를 되찾는 산뜻한 봄처럼 멘토링을 진행하는 내내 밝고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 학생이었다. 늘 본인의 애착 인형과 함께 멘토링에 참여해 나의 여러 질문에 최대한 열심히 답변하려고 노력하는 귀여운 현지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 지어지는 순간이 많았다. 특히 진로 멘토링에서 내가 제작한 활동 자료가 예쁘다며 예상치 못한 칭찬을 해주고, ‘사육사’라는 꿈을 꼭 이루고 싶다며 관련된 이야기를 재잘재잘 들려준 덕분에 2명뿐인 온라인 공간이 전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지의 발랄한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나는 학습 멘토링을 진행하는 과정에 더욱 정성을 쏟았다. 현지는 멘토링 중 기본 개념 설명을 들을 땐 잘 이해가 된 것 같았는데, 막상 숙제를 혼자 해결할 때면 오답이 많은 것이 고민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념 설명에 들이는 시간만큼 오답 해설에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모든 숙제 오답들을 현지와 함께 다시 차근차근 풀어보았다. 현지가 풀이 방향성을 잡지 못할 때는 손 글씨로 직접 풀이 시범을 보여주고, 유사한 문제를 다시 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답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보며 포기하지 않고 오답들을 전부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멘토링이 종료될 무렵 현지 어머님으로부터 “최근 학교에서 치른 단원 평가를 다 맞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어서 현지 어머님께서는 “수학을 어려워하고 학습이 느린 현지가 멘토링에서 많이 배웠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지만, 이러한 성장은 내 개인적인 노력보다 그동안 나와 현지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모여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오답이 많을지라도 6개월간 한 번도 밀린 적 없이 숙제를 잘 수행해 오고, 꼼꼼히 오답들을 정리하느냐 멘토링 시간이 초과되더라도 끝까지 틀린 문제를 들여다보며 정답을 찾아내는 현지를 보며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2. 다빈이의 이야기] 정열적인 한여름 햇볕의 빛나는 도전

EBS 멘토링에서 가장 먼저 만난 다빈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던 초보 멘토인 나에게 멘토링을 지속할 동기와 의지를 불러일으킨 고마운 학생이었다. 첫 만남부터 화면에 자신의 얼굴을 크게 비춰주고, 내가 질문을 던질 때면 주저하지 않고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며 멘토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나의 말 하나하나에 표정과 언어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다빈이를 보며, 나 또한 조금 더 빨리 마음을 열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무더운 여름보다 더 뜨겁고 알차게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학습 멘토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빈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찾아 질문하고, 학교 시험에서 틀린 문제의 해설을 요청하는 등 공부 열정도 충만했다. 수학 공부에 있어 다빈이의 가장 큰 고민은 ‘실수’로, 충분히 맞출 수 있는 문제임에도 작은 착오로 정답을 놓쳤을 때마다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나는 다빈이에게 실수는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가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며 격려했다. 또 문제의 중요 조건에 나만의 표시를 남기는 방법, 빨리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보다 지금의 문제에 집중하는 마음가짐, 반드시 검토를 거치는 습관 등 직접 경험하며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