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하는 일의 목록을 정리하거나 그 목록에 허덕이는 나 자신을 비난하다가 또는 가여워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 써야하는 글, 읽어야하는 책, 봐야하는 영화가 급한 순으로 정렬돼있다. 물론 모든 것이 내 의지로 선택한 숙제다. 일종의 채무자인 셈이고 일수꾼도 나라고 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숨을 돌리기 위해 뭐라도 시시한 글을 적으려고 한다.
여전히 삼육두유 웨하스에 빠져있다. 꼬북칩 초코맛 보다도 위대한 과자. 얄팍한 레트로 열풍에 휩쓸리지 않은 담대한 패키지 디자인.
드라마 <신삼국>을 다 봤다.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나 자신과의 약속 중 하나인데 삼국지에 대해서라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플레저에 길티를 느끼지 말자는 것이 근래의 커다란 다짐 중 하나다.
아직 여름이 오기 전에 산책하다가 미루나무를 만났다.
4월 말 지브이 하러 들른 광주에는 재밌는 풍경이 많았다. 칠면조 우리가 있는 초등학교 앞이 제일 좋았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도록 높고 호리호리한 나무가 있었고 선정 기준을 알 수 없는 오묘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일 없이도 가끔 들르고 싶어졌다.
내 나이 삼십세 3월 대전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30초 이상 타는 데 성공했다. 대전 자전거는 '타슈'고 광주 자전거는 '타랑께'다.
컴퓨터돌이와 제주에 갔는데, 가는 길에 컴퓨터 박물관 표지판이 보이길래 말해줬더니 매우 질색했다. 그는 둘째 날 조심스럽게 "컴퓨터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자백에 가까운 제안을 하였다. 보글보글과 같은 옛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고 눈이 즐거운 곳이다.
제주도에서 연도 날렸다. 제주도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쓰겠다(작년 가을 설악산 산행, 재작년 이시가키섬 기행과 더불어 빚더미에 추가됨).
오랜만에 만난 일출이는 역시나 냉담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사랑이 넘치는 강아지 잭으로부터 맹렬한 애정을 듬뿍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