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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청소년창의서밋 - 청소년진로포럼

1. 청소년진로포럼: 오늘을 사는 시민들의 이야기(5:five)

세민(박세민)의 이야기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나 또한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

전통과 규칙이 중요시되는 엄격한 학교에, 학교 철학과 반대로 학생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상을 가지고 있는 한 교사가 새로 부임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찢게 하고, 책상 위에 올라서서 사물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고, 야외수업을 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걷게 하며 자신의 걸음을 걸으라는 위 내용의 주문을 외운다. 그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요구하던 획일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게 되고,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영화처럼 사회의 요구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참여하는 모두가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2018년 창의서밋 ‘5(five) : 오늘을 사는 시민들의 이야기’ 포럼을 기획했다. 포럼의 주제는 청소년들에게 밀착 되어 있는 사회 이슈이다. ‘페미니즘’, ‘청소년 참정권’, ‘청소년 참여 활동’, ‘장애청소년 인권’, ‘흡연실 존폐’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이에 대해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모아 발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발표자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고, 참여자가 듣는 포럼보다는, 참여자들도 함께 의견을 말하고, 토론을 하는 포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라운드테이블을 기획했다. 수차례 리허설 끝에, 드디어 포럼이 시작되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리를 빛내주었고, 굉장히 깊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나는 총괄을 맡아 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나와 같은 청소년들의 열정 덕분에 내내 두근거렸다. 앞으로 내가 어떤 것들을 더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기대하게 만들어준 자리였다.

-토마토(정민정)의 이야기

오늘을 사는 시민들의 이야기는 카페지기로서 참여한 행사 중에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추구하는 완벽함을 쫓아 수정하고 보완하고 부족한 점이 있는지 찾기에 급급했고, 발제문을 확인할 때도 내용이 충분한지 단어가 적절한지 듣기에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며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구요. 글에 "완벽성을 높여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발제 글을 그냥이들과 나누어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피드백이 나올까 걱정하면서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어요. 하야티의 "글의 흐름이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발제자의 경험이 너무 공감되고 자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수정할 내용이 없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왜 저렇게 말해주지 못했을까?"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모든 일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그전에 노력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서밋에서 준비한 것들이 빈틈없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듣고 나누는 일은 특별하고 넓은 시각을 만들어준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찬반을 가지고 특수학교 존폐로 마무리가 나왔는데 "특수학교가 왜 필요한가, 왜 특수한 게 필요한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면서 관계를 쌓고 공존하는 방법을 서로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라는 나무의 말을 듣고, ‘장애인을 배려하고 좋은 시설에서 지내게 한다는 말로, 다시 일반적인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고 공존하는 법보다는 사회에 맞춰 생활하게 하는 것을 교육하고 있구나,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무조건적으로 배려하고 약자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교육 받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교육의 중요성과 인식이 만드는 편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오늘을 사는 시민들의 이야기라는 서밋 주제에 맞게 생활하는 방식과 소속은 다르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어떤 가치를 추구하던 행복하고 싶은 우리를 위해서 고민하는 하는 마음이 똑같다고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고 서밋을 즐겁게 마무리하도록 도와주신 참가자분들께 너무 고맙습니다!

-달(장유정)의 이야기

나는 표현이 서툴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러한 성격을 갖게 된 데는 아마 남에게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한 쪽의 주장이 있으면 그에 반하는 의견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누구에게도 미움 받고 싶지 않아, 무색 무취한 사람이 되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내 생각을 감추면서까지, 나에 대한 남의 평가를 회피해왔다.

이런 나에게,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페미니즘에 대해 발제를 한다는 것은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틀리게 말한 점은 없을까?’ ‘내가 모르는 걸 질문하면 어쩌지?’ ‘누군가 나의 페미니즘이 잘못됐다고 말하지는 않을까?’ 나의 색깔을 드러내고, 주도적으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겁났다.

그러나 한번의 용기로 나는 많은 변화를 맛볼 수 있었다. 먼저,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전에는 스스로가 역량이 있다고 생각해 지금 당장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제를 준비하다 보니, 생각보다 머릿속 언어를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개념이 많았다. 또, 이 말을 하는 데는 어떤 개념이 들어가면 좋을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선별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다 평소에 표현하는 연습이 되지 않아서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야기들이 실제 나의 지식이라고 착각했던 탓이다. 이렇게 발제 준비를 하며 나의 ‘가짜 지식’을 선별해내어, 그것들을 진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나를 드러내니 나의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 창의서밋에서 ‘개인의 페미니즘 이야기’에 대해 발제 한 것을 계기로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관하는 ‘우리는 매일 학교를 바꾼다-차별과 싸우는 10대 여성 이야기’ 행사에 발제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곳에서는 ‘청소년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몸’을 둘러싸고 여성 청소년이 겪는 차별과 억압을 중심으로’ 라는 발제를 진행했다. ‘여성 청소년의 페미니즘’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다른 발제를 하신 분들과 함께 차별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은 나에게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며, 그간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가둬 놓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발제를 준비하기 시작할 때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라는 고민이 앞섰다. 내가 타인에게 무언가를 제공해 주는 자리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두 번의 발제를 마친 지금, 나는 되려 많은 기회를 받으며 성장해 있었다. 나의 페미니즘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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