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미국 여행 중에 보스톤 미술관에서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작품을 보았습니다. 옛날에도 본 적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감회가 달랐습니다. ESC에 큰 태풍이 지나간 다음이라 그런지, 그 작품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2016년 6월 창립한 이래, 조직의 기초를 닦은 1기에 이어 ESC 2기도 숨차게 달려왔습니다. 회원수는 500여명에 이르게 되었고 상설위원회로 젠더·다양성 위원회와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네트워크 위원회가 신설되었고 조직은 더욱 단단하고 정교해졌습니다. 한 번의 전체 성명과 세 번의 논평을 내었고 각 위원회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담긴 수많은 일을 했습니다. 북콘서트, 미술관 데이트, 어른이실험실탐험, ESC-Live 등의 문화 행사와 과학교육 심포지엄, 구례 교육봉사활동, 열린정책위원회 세미나, 과학기술법 스터디, 기후위기비상행동, 임산부 실험복 제작, 크라우드 펀딩 등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ESC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폭풍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와중에서 분열이 생기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그를 계기로 ESC가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계기도 생겼고 우리의 한계 또한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아직 작은 단체이고 경험도 재원도 부족합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학기술 관련 이슈를 모두 다룰 수는 없고 그저 우리의 역량으로 현재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 하나씩 해나갈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과학적 소양과 시민의식을 키우며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과학을 시민의 ‘공공재’로 돌리기 위한 다양한 대안적 과학문화 활동을 하는데 앞으로도 힘을 다할 것입니다.

‘시민의 과학’이 해야 할 일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바탕을 둔 과학의 방향을 탐색하는 데 있다. 지구의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된 현실에 맞서, 미래로 통하는 길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다카기 진자부로의 ‘시민과학자로 살다’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도 ‘더 나은 과학’과 ‘더 나은 세상’을 재미지게 추구하며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지난 2년간 ESC가 있어 재밌고 행복하셨나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켜주고 싶은 조직이었나요?

ESC 회원임이 자랑스러우셨나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런 단체가 되도록 함께 길을 모색해주시고 ESC 3기에도 힘을 실어주십시오. ESC는 이제 잎이 무성해져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 나무처럼, 모두의 참여 속에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SC 2기 대표 한문정

ESC 2기 활동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