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부 연재를 오래 기다려주셨는데, 나쁜 소식으로 먼저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2회차 플레이어의 트루 엔딩》(이하 2회플)은 딜리헙에 제일 먼저 올라왔고, 1부 마지막 화 작가의 말에서도 최신화는 딜리헙에 제일 먼저 올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개편 이전까지도 저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고, 다만 어떻게 바뀌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한 뒤에(그리고 소설 뷰어가 개선되었기를 기대하며) 2부 연재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개편된 딜리헙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도저히 그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개편 이전에도 딜리헙이 웹소설을 올리기 좋은 사이트는 아니었습니다. 랭킹에 올라도 메인 노출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에디터나 뷰어도 불편했으니까요. 그럼에도 여성 친화적인 플랫폼에 관한 (지금 생각해보면 일방적인) 호감, 그리고 상업 시장의 니즈와 100% 일치하지 않는 작품에도 수요는 있고, 그런 수요를 찾는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이곳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투자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딜리헙에 작품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개편된 딜리헙에서 소설이 설 자리는 이전보다 더 좁아진 것 같습니다. 딜리헙2를 이미 사용해보신 분들도 있고, 지금 처음 보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 새로 개편된 홈은 극단적으로 이미지 친화적인 형태입니다. 노출 기준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배너를 제외한 다른 공간에서는 제목을 포함한 그 어떤 종류의 텍스트도 찾아보기 어렵고, 모바일 앱에서는 ‘구매한 프로젝트’나 ‘업데이트’라는 이름이 달린 메뉴조차도 썸네일만 보여줍니다.
그 썸네일에 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습니다. 자유 연재를 하는 웹소설 작가로서는 (적자가 나지 않는 선에서) 표지 한 장을 제작하는 일도 상당한 골칫거리인데, 새로운 딜리헙에서는 상단에 걸어둘 이미지를 기본적으로 네 장 준비해야 하며 소설의 각 편에 썸네일을 넣는 것 또한 의무 사항입니다. 딜리헙 측은 서비스를 개편하며 (창작자에게 어떤 동의도 받지 않고) 기존에 넣어둔 표지 한 장을 복제해서 그 모든 장소에 넣어두었는데, 그게 어떤 시각적 참사를 일으키는지는 (특히 PC에서) 《2회플》의 메인 화면을 통해 확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게다가 새 홈에서는 잠재적 독자에게 작품을 노출하는 일 또한 지극히 어렵습니다. 메인 화면에 오르기야 원래 어려웠다지만, 최신 업로드나 랭킹을 보여주는 화면마저도 없다면 제 소설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런 비유를 쓰면서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출근해보니 제 책상이 아무도 없는 골방으로 옮겨져 있어서, 그곳에서 빈 벽만 바라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검색 기능은 더 불편해졌고, 장르나 태그조차도 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 정도로 극단적인 노출 방지(?) 디자인은 그 어떤 플랫폼에서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여기다 소설 올리라고 말한 사람 아무도 없는데 제가 눈치 없이 군 것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더더욱, 2부 연재를 여기서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2회플》은 조아라에도 올라와 있고, 이번 일을 계기로 포스타입 연재도 추가로 고려해 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5월에 허리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2부 연재가 늦어졌는데, 컨디션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고 완결 지점까지의 큰 플롯이나 결말, 그리고 외전까지도 좀 써놓았으니 믿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오프라인에서도 곧 이사를 해야 하는지라 정확한 일정을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2부는 다른 플랫폼에서라도 꼭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딜리헙에서 1부를 연재하는 시간이 제게 즐거웠다면 그건 전부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보내주신 응원과 후원 모두 잘 받았고, 댓글은 작품을 비공개 처리하더라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딜리헙에 올린 글은 《2회플》과 《캡틴 해리엇 시리즈》를 제외하고 전부 비공개 처리했는데, 《2회플》 역시도 공지를 등록한 뒤 11월 1일까지만 공개할 생각입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계속 보실 수 있으며, 그 외 다른 작품들을 어디서 보실 수 있는지는 홈페이지에 기재해 두었습니다. 《캡틴 해리엇 시리즈》의 경우 결제 또는 후원을 하신 분들이 있으니 당분간은 더 유지해 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홈 최상단에 11월 6일까지 플랫폼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홍보 배너가 올라와 있는데, 딜리헙이 받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고 결제수단에 따른 수수료는 별개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정말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고 싶네요. 독자님들께는 그저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2022년 10월 6일, 오렌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