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png

우아한 만찬.mp3

제보자 : 익명의 맛칼럼니스트

💬 People Team : 익명의 맛칼럼니스트께서 2월달 푸드 지식에 관한 내용으로 제보를 주셨습니다.

2월 푸드 나-ㄹ리지

<aside> 📕

대략 18년 전, 라멘이라는 음식이 우리나라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그때는 라멘이 아니라 라면이라고 불렸던 거 같다.) 수능이 끝난 잼민이는 친구들과 함께 오사카 도톤보리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책자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금룡라멘’을 찾아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한 그릇을 주문했다. 하지만 첫인상은 기대와 달랐다. 뭐랄까, 그냥 설렁탕 국물에 설익은 면을 넣은 느낌이랄까. 여행의 기대감만큼 커진 실망감에 "이게 그렇게 유명한 음식인가?" 하는 의문만 남았다.

그 후 한국에서도 라멘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원피스 피규어로 가득 찬 인테리어, 입장하면 직원들이 단체로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는 공산품 조립식 라멘집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그때의 라멘은 특별한 미식이라기보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가끔 찾는 음식 정도였다.

예전에는 "일본 가면 한 번쯤 먹어볼 음식" 정도였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라멘 전문점이 생겨나고, 지역마다 개성을 살린 라멘이 등장하며 하나의 독자적인 미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 라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합정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그릇씩 팔리는 라멘집이 있고, 손님들은 웨이팅까지 감수하며 제대로 된 한 그릇을 맛보려 한다. 단순한 돈코츠뿐만 아니라, 쇼유, 시오, 츠케멘, 탄탄멘 등 다양한 스타일이 도전적으로 도입되면서 라멘 시장은 점점 더 세분되고,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다뤄볼 푸드나-ㄹ리지는 라멘이다.

라멘 혹은 중화소바라고 불리는 라멘의 뿌리는 중국에서 시작됐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일본에서 국수 요리를 판매하며 남경 소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식으로 변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image.png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며 라멘 문화도 발전했다. 1958년에는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멘, 닛신 치킨라멘이 등장하며, 라멘은 대중적인 음식으로 확산되었다. (라멘이란 음식이 중국에서 시작된 음식인지 보니 일본 사람들한테는 일본 음식이 아니라 중국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짜장면이랑 비슷하다.)

(https://blog.naver.com/annskitchen7/220648740698 ) ← 라멘의 히스토리가 잘 정리됫있다.

라멘은 정말 크게 3종류로 나눠볼 수 있는데,

쇼유 라멘 대표적으로는 기타카타라멘으로 볼 수 있는데, 닭 육수와 간장을 섞어 감칠맛이 풍부하다. 가장 고전적인 라멘 스타일 중 하나이고 가장 호불호가 없다.

image.png

↑ 소유 라멘

미소 라멘 삿포로 지역에서 탄생한 라멘. 된장을 풀어 깊고 진한 감칠맛을 강조하며, 요즘에는 버터나 옥수수를 토핑으로 올려 먹는 게 유행이다.

image.png

↑ 미소 라멘

돈코츠 라멘 규슈 지역, 특히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라멘. 돼지 뼈를 오랜 시간 끓여 진한 육수와 크리미한 국물을 만들어낸다. 하카타 스타일 라멘이 대표적이다.

image.png

그중에서 오늘 좀 더 소개할 라멘은 하카타라멘이다.

하카타라멘은 말 그대로 후쿠오카의 하카타를 대표하는 라멘으로 진한 돈골 육수와 가느다란 스트레이트 면이 특징이다. 일본 라멘 중에서도 가장 깊고 진한 국물을 자랑하며, 큼직한 차슈, 파, 목이버섯 등의 단순한 토핑으로 구성된다.

image.png

하카타 라멘의 핵심은 돈골 육수다. 돼지 뼈(주로 등뼈)를 고온에서 장시간 우려내어 뽀얗고 걸쭉한 국물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콜라겐과 지방이 녹아 나오며, 깊고 진한 감칠맛을 형성한다. 다만 돼지 특유의 냄새(일명 '돈내')가 강할 수 있어, 호불호가 생각보다 갈릴 수 있다. (오래된 라멘집을 가보면 가게 깊숙이 베여 있는 돼지 냄새를 느낄 수 있다.)

하카타 라멘의 면은 아주 얇고 탄력 있는 스트레이트 면이다. 가수율을 낮게 잡아 면이 빨리 익어서 금방 서비스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가수율이 낮아 면이 빨리 불 수 있으니 나오자마자 흡입해야 한다. 또한, 면의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바리카타(꼬들한 상태)부터 야와(부드러운 상태)까지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데 그냥 후츠(보통)으로 주문하면 된다.

후쿠오카를 방문하게 되면 후쿠오카 3대 라멘이라고 해서 이치란, 신신라멘, 잇푸도를 많이 경험하게 될 텐데 오늘 소개할 집은 후쿠오카 라멘 대회 1등을 차지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멘야 타이슨이다.

image.png

( https://g.co/kgs/2WbYNiA ) ← 멘야 타이슨

멘야 타이슨은 하카타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로 접근성이 애매하며, 가게가 크지는 않고 전형적인 일본 라멘가게이다. 가게 입장하는 순간 돼지 냄새가 느껴질 텐데, 돈골을 이용해서 약 20시간 정도로 육수를 우리기 때문인 거 같다.

종류는 매운 돈코츠라멘, 진한 돈코츠라멘, 담백한 돈코츠라멘 이렇게 3종류가 있는데 기왕 먹는 거면 진한 돈코츠라멘을 먹는 걸 추천한다.

image.png

image.png

(매운 돈코츠라멘도 맛은 있는데 돈코츠의 맛보다는 아주 잘 만든 고추기름의 고소한 맛이 지배적이라 온전히 돈코츠라멘을 즐기기 어렵기도 하고, 일단 맵다. 매운 건 싫다. 진라면 순한 맛 짱짱맨) ← ?

목이버섯과 파, 두툼한 차슈 2장이 올라간 겉보기엔 아주 평범한 돈코츠라멘, 하지만 한입 먹어보면 바로 느끼게 된다. 아주 아주 진한 돈골 육수라는걸. 뼈에서 나온 콜라겐때문인지 국물이 걸쭉하고 위에는 돈지방(향미유)가 깔려있다. 국물을 먹다 보면 뭔가 묘하게 돼지 냄새 말고 다른 게 느껴질 텐데, 그게 바로 뼈 냄새다. 국물까지 다 먹으면 국물 밑에 가루 같은 게 있을 텐데 그게 다 뼛가루이다. 만일 서비스된 돈코츠라멘의 냄새가 너무 세다면 준비된 후추나 간 마늘을 넣으면 된다.

차슈는 부드럽고 기름진 고기 질감이 입 안에서 살살 녹으며, 돈코츠 육수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목이버섯은 고기와 국물의 풍미를 한층 더 살려주며, 쫄깃한 식감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맞춰준다.

면은 적당히 부드럽고 탄력 있는 식감으로, 국물에 완벽하게 스며들며 풍미를 더욱 증진시킨다. 진하고 고소한 육수와, 차슈, 목이버섯의 깊은 조화가 아주 잘 어우러져, 한 숟갈, 한 젓가락이 모두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다니는 가장 큰 목적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음식만큼 좋은 방법이 있을까?

2025년에는 여행을 떠날 때, 음식을 단순히 먹는 행위로 그치지 않고, 그 나라의 요리 문화와 맛,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식견(食見)을 확장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