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원도심에 자리한 윤슬서림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기 좋은 독립서점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사회문제, 장애 인권, 젠더, 퀴어와 관련된 책까지 다양한 책을 선별해 소개한다. 삐걱이는 나무 바닥을 밟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서점지기가 직접 큐레이션한 책들이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깊숙이 스며드는 햇빛이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는 이곳에서 누구나 잠시 머물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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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강릉에서 윤슬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현구입니다. 서점을 연 지 2년 반이 되었고, 현재 3년 차를 맞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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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 배낭여행을 준비하다가 코로나로 계획이 무산되었어요. 공공기관에서 경영 평가를 진행하는 연구직으로 있었습니다.

서점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2-3년 차에 번아웃을 겪잖아요. 비슷한 시기였는데, 혼란을 겪는 원인에 대해 조금 더 집요하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자격증 개수, 통장 잔고, 호봉 수 같은 것들이 저를 설명하는 게 괴롭더라고요. 앞으로 평생 숫자로 설명되는 세상에 살 거 같아서요.

그래서 ‘돈을 가장 안 벌 수 있는 직업이 뭘까?’라는 생각 끝에 서점을 떠올렸어요. 자주 가던 서점이 항상 한산해서 속으로 걱정을 했는데, 친밀감이 쌓이고 조심스레 물어본 질문에 대표님들은 단 한 명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서점을 차리게 됐어요. 서점을 운영하면서 '해보고 싶은 일을 해도 결코 불행하지 않다'고 증명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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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셔서 행복하신지 궁금해요.

: 솔직히 말하면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서점'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험'이었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어디로든 나아가길 멈춘 상태요. 서점은 그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시작하고 6개월 정도는 즐거웠어요.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충분히 좋았거든요. 하지만 삶은 이어지니까요. 퇴근길에 마시던 해외 맥주가 필라이트로 바뀌는 순간, 왠지 모르게 슬펐고 어떤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서점을 무인으로 운영하고 정작 저는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행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 불행하지만 않고 건강하면 된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