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녹색연합의 ‘봄-곰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고 왔어요. 녹색연합이 구조한 곰들이 머물고 있는 청주랜드동물원을 매년 봄 찾아가 곰들의 행동 풍부화를 돕고 사육곰의 실태에 관한 이야기도 듣는 행사에요. 구조된 곰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지구용과 함께 만나봐요.😀

평생 음식물 쓰레기만 먹은 곰에게 호박을 선물했어요

참가자들이 만든 호박 선물세트를 맛있게 잡숫고 계시는 곰들. /사진=일용언니

참가자들이 만든 호박 선물세트를 맛있게 잡숫고 계시는 곰들. /사진=일용언니

지구용 레터에서 보고 오신 호박 사진, 정체가 뭔지 궁금하셨죠? 바로 곰들에게 주는 간식 선물이었어요. 속을 파서 사과와 호두, 채소 등 다양한 먹거리를 넣어주는 건데요. 늘 같은 방식으로 쉽게 먹이를 먹는 것보다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풀 수(행동풍부화) 있대요.

간식 먹는데 열중하는 곰들은 여유롭고 걱정 따윈 없어 보였어요.하지만 사실 이곳에 살고 있는 반이, 달이, 들이 세 마리의 곰은 2018년까지만 해도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던 사육곰이었어요.

사육장에서 곰들은 물건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해요. 발을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뜬장에 영역 동물인 곰을 2~3마리씩 넣어 사육하는가 하면 오물을 전혀 치우지 않아 장화를 신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현장도 있었다고. 녹색연합의 박은정 활동가는 “개사료는 양반이고 음식물 쓰레기나 유통기한 지난 도넛만 먹은 곰도 있다”고 말했어요. 본인이나 지인 중에 도넛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나 봐요. 거기서 나온 폐기 도넛을 곰들에게 먹인 거죠. ( 👉반이, 달이, 곰이, 들이 구조 영상)

곰 몸무게 100kg, 그 중 웅담의 무게는 19g

현재 전국에서 사육되는 곰은 330마리나 돼요. 지리산 반달곰은 멸종위기종 아닌가? 왜 이렇게 많은 곰들이 사육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중국과 더불어 곰 사육이 가능한 ‘세계 유이’의 국가이기 때문이에요. 한국의 사육곰 역사는 40년이나 됐어요. 잠시 연혁을 살펴보면,

<aside> 📌 1981년 농가 수입 증대를 위해 국가가 곰 사육 장려 1985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곰 수입 금지

1993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가입

         곰 수입 수출 전면 금지

1999년 노화곰(24살 이상)에 한해 웅담 채취 허용

2005년 10살 이상으로 기준 완화

2014~2016년 국내 사육곰 967개체 전수 중성화 사업

2018년 사육곰 4마리 첫 구조 성공

2022년 3월 기준 국내 사육곰 330마리

</aside>

곰 사육을 불법화하고 전면 중단하는 것, 정말 어렵죠? 이 긴 세월 동안 곰을 괴롭혀서 인간이 얻고자 했던 웅담(곰의 쓸개)은 무게가 19g에 불과해요. 곰의 몸무게는 100kg에 육박하는데 말이에요. 2026년부터 곰 사육을 전면 금지하고 구례와 서천에 곰 보호시설도 설립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곰 사육 금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논의 중인 상태. 정부는 사육곰이 어서 자연 감소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법망을 피해 또는 불법적으로 사육곰을 번식시키는 사례가 있어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동물원=동물학대? 이런 동물원은 어때요?

청주동물원 곰 사육장.  동물의 발바닥이 다칠 수 있는 콘크리트 대신 흙바닥으로 돼 있고, 행동 풍부화를 도울 수 있게 나무와 바위, 공 장난감 등을 배치했어요. /사진=일용언니

청주동물원 곰 사육장. 동물의 발바닥이 다칠 수 있는 콘크리트 대신 흙바닥으로 돼 있고, 행동 풍부화를 도울 수 있게 나무와 바위, 공 장난감 등을 배치했어요. /사진=일용언니

끝으로 청주동물원에 대해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구조된 곰이 갈 만한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녹색연합이 사육곰을 구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 등 야생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진 동물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청주랜드에서 근무하고 계신 김정호 수의사님은 “우리 동물원은 야생동물 구조 후 보호하고 서식지에 방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토종 동물 위주로 기르고, 코끼리와 코뿔소 등 냉난방이 필요한 동물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하셨어요. 또한 각 동물의 특성에 맞는 사육 환경을 제공하는데요. 예를 들어 땅굴을 파는 습성이 있는 여우사는 바닥을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만들어 땅을 팔 수 있게 해줬고, 산양이 사는 곳엔 인공 암벽을 설치해 산양들이 절벽을 탈 수 있도록 했어요. 야생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면 국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동물원도 시설 개선 등 업그레이드 하는데 사용할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고!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 가족과 함께 청주동물원 산책 어떠세요? 가서 반이, 달이, 들이를 보시거든 지구용을 보고 왔다고 아는 척 해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