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노트> 2편. 자축, 자조, 조롱, 경마성 논조가 없는 국제비교를 보고 싶었는데 잘 없어서 직접 찾아보고 적은 글. 현재 확진자, 검사자, 사망자 통계를 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5개국 (한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상황을 비교해 보았다.

**입국금지의 실효성을 알아본 1편은 여기.


0. 들어가며

데이터는 만능이 아니다. 특히 국제비교는 익숙하고 매력적인 만큼 단점도 많다. 국가별로 상황과 정책이 다르고, 국가 내 방침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데이터가 없는 추론은 가정에 의존하며 가정의 영역에 들어간 토론은 공전하기 마련이다. 데이터는 가정을 줄이거나 우리가 어디서 (암묵적으로) 가정을 도입하는지를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이 글의 최우선 목적 역시 그간 발표된 각국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으로 한정한다. 도표만 던질 순 없고 가능한 주의 깊게 기술(description) 및 해설(interpretation)을 달아 둘 것이나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권한다. 나는 역학과 의학 모두 전혀 모른다.

한일영이불 5개국을 선정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내가 아는 한 이들 5개국만이 쓸 만한 국가 차원 확진, 검사, 사망자 통계를 일 단위로 제공한다. [[주1]](<https://www.notion.so/19-6f67740fc6a74660b34c521e49f77e44#f40301efe56147aeae02323e0917a453>) 대부분의 국가가 일회성 발표에 그치거나 자료가 없다. 가령 국제비교 단골 손님인 미국, 확진자가 급증하는 독일, 스페인은 검사자 데이터가 없어 포함시킬 수 없었다. 진원지 중국은 제외했다. 이견이 있겠지만 이들 5개국 비교가 영 틀려먹은 건 아니라고 믿는다. 이 5개국은 위도와 1인당 GDP가 비슷한 편이다. 한일-영이불의 지리적 거리도 가깝다. 천 명당 의사 수도 비슷하다. 천 명당 병상 수는 조금 달라서 한일이 높고 영이가 낮으며 프랑스가 중간 정도다. [[주2]](<https://www.notion.so/19-6f67740fc6a74660b34c521e49f77e44#84be45def8d74a50ad6ed229e43815a6>)

선 요약 & 결론.

(1) 한국과 이탈리아는 50번째 확진자 발생 후 일주일 간 추세가 매우 유사하지만, 한국은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사망자 비율 (치명률)이 6%를 넘어선 반면 한국은 1% 미만에서 관리 중이다.

(2) TK를 뺀 한국의 인구 대비 확진자 수, 검사자 수, 확진자-검사자 비율 (관찰된 발생률) 추이는 영국과 가장 비슷하다. 한국이 상황을 더 잘 통제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의 관찰된 발생률은 증가 추세지만 한국과 非TK 한국 추세는 모두 안정적이다. 또한 영국은 인구 대비 검사자 수 (수검률) 보다 관찰된 발생률이 더 빠르게 상승 중이다.

(3)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환자 발생 양상은 매우 유사하고 검사 역량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아직은 이탈리아의 확진자 중 사망자 수 (치명률)이 훨씬 높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프랑스는 한동안 한국보다는 이탈리아에 가까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4) 일본은 특이하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패턴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의 낮은 수검률은 당국이 증상자를 까다롭게 선별하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 보리스 존슨 수상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연설을 한 시점의 영국은 상황이 악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 비해 관찰된 발생률이 낮고 非TK 한국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영국은 한국과 같은 대규모 아웃브레이크를 겪지 않아 의료자원을 온존했음에도 그러하다. 1차 대규모 감염 통제는 축하할 일이나,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 할 듯 하다.


1. 확진자 통계 읽기

익숙한 확진자 수는 간단히 살펴보자. 그래프가 0일 기준 오른쪽으로 길수록 확진자 50명 돌파가 빠른 국가다. 한국의 경우 TK 외 지역 통계를 모아 "비非TK 한국" 으로 따로 분류했다. 신천지가 전국적인 집단이었으므로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상황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다. 로그 눈금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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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이미 헬게이트가 열렸고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프랑스가 진정세를 보이더라도 한국보다는 오래 걸릴 듯하다. 영국은 50명 돌파 이후에도 상황을 그런대로 통제해 왔으나 점점 점점 기하급수적인 폭발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확진자 수가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