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선두를 시작으로 2020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각종 사회, 정치적 이슈가 불거져 나오면서 상식과 인문이라 믿어왔음은 살갗의 폭력 앞에서 연약하게 쓰러졌습니다. 말과 말이 쏟아진 시간 앞에 피로감은 높아갔으며, 혐오와 폭력이 제 방 문 앞까지 도사리니 우리가 비껴온 ‘非역사’를 밝혀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연작으로 작업한 ‘비틀년’ 프로젝트는 여성에게 부과된 ‘-년’을 해체하는 작업으로 출판, 시각을 매체를 기반으로 기획 하고 있습니다. 올해 비틀년 프로젝트 [십할년]은 여성의 생식기를 비하는 준말인 ‘씹’이 부스럼 난다의 욕설로 사용되는‘십창’을 해체하는 작업이며 비속어와 방언, 욕설로 존재하는 여성의 위치를 탈피하는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이 작업을 기반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재난사회에 위치한 배제된 신체, 성인지, 성오염 된 존재로 대상화되는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최근 기사에서 여성 세입자를 대상으로 월세 대신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누드사진을 요구한다는 기사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실직 난, 집단감염 장애인에게 가혹한 사회적 거리두기까지를 사례를 읽으면서 섹슈얼리티 몸의 위치와 공식영역 바깥의 ‘신체’가 어떻게 배제되고 작동되는가를 연결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잔혹한 현실 세계에서 본다는 ‘전시’를 넘는다 것은 무엇인지, 작업에 대한 점검이 필요했고, 일시적인 이야기로 끝내는 것이 아닌,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현상을 엮어갈 매개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해답을 제시하는 글보다 그간의 심상과 생각, 단상이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로 ‘웹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비대면/대면의 즉각적인 대응 방법보다 목소리를 담아내고 확대하는 구조로 활용하고자 했고, 전시에서 주요한 개념으로 삼았던 <00되기>의 개념과 언어의 한계점을 찾아보면서 당사자와 현실로 대입했을 때 ‘오류’가 발생되는 지점을 시각예술가, 활동가, 연구자의 이야기로 웹진<Echo>를 통해 송출하였습니다.

무엇을 단정 짓기도 힘든 요즘이지만, 코로나, 그리고 190시간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한다는 것과 문화예술의 가치와 일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독려해준 시간이었습니다. 190시간에서 [담론] 파트를 선택한 이유 또한, 작업적 맥락과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설정한 ‘담론’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이행하고 담론의 질서와 규칙을 생성하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담론을 말하고 설정한다는 것 또한 텍스트개념이론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고, 저는 균열을 드러내고 확장하고 소통하는 역할이 예술가, 기획자, 창작자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역할에 대해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겐 이 시간은 직업적-윤리의식을 갖게 해 주었고 ‘업’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예술가나 기획자가 꼭 사회적 가치를 말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현존함을 인정받기를 원할 뿐입니다.

저는 작업자-기획자로 현장의 동료들과 연결하는 매개, 관객과 대중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채널이자, 자신의 목소리를 나타낼 수 있는 도구가 되기를 자청했고 이것이 어떻게 유효하게 사용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이 시기를 함께 항해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지속하는 일밖에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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