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블로그의 원문을 가져와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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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going to work out someday. 언젠가는 다 좋아질거야.
34도.
오늘 아침부터 너무 더워 카페가서 작업하려고 왔다갔다 한 40분을 걸었는데, 숨이 막힐정도로 더운거야. 어떻게 날씨가 이러지 - 오늘 입추라며? 작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선 숨고르기를 하고, 또 할 일을 마저했지. 시원한 카페에서는 분명 매일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나가기가 겁나더라. (이래서 에어컨 밑에서는 약속을 하면 안돼) 저 날씨에 어떻게 뛸 수 있지? 나는 오늘은 쉬겠다했는데 친구는 안나오면 집으로 찾아가버린다는 (...) 무서운 말로 나를 나가게 만들었어. 밥을 챙겨먹고 나갔지. 근데 또 하늘이 이쁘더라.

밥도 챙겨먹고 너무 배불러서 도저히 뛸 마음이 안생기는거야. 친구 두 명은 런데이라는 어플의 도움을 받아 주마다 3번씩 30분 달리기를 하고 있었지. 친구들이 조금씩 뛰는 속도에 맞춰 나는 빨리 걷기로 했어. 친구들이 뛰고 쉬는 것을 번갈아 하다보니 내가 계속해서 빠르게 걷는 속도와 맞아떨어지더라고. 한 친구가 달리기가 완전히 끝나고 묻는거야.
"너 안 힘들어?"
"응. 난 걸었잖아."
그리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에도 뚜벅뚜벅 걸었어. 친구들이 힘든 달리기 뒤에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르며 걷는 동안 나는 조금 앞서서 걸어봤지. 노래도 안듣고 매미소리,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사람들이 걷는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숨쉬는 것과 발을 앞으로 내딛는 것만 생각할 수 있는 때더라고. 이래서 걷는구나 싶은거야. 그냥 다른게 다 필요없어지고. 이 순간에만 집중해도 괜찮은 시간. 그럴 수 밖에 없는 시간. 핸드폰도 처음에 들었다가, 그냥 가방에 넣어버렸어.
친구가 달릴 때는 앞장서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걷다가, 친구가 쉬면서 살살 걸을 때는 내가 지나치며 괜찮냐 한번 묻고, 또 친구가 달리며 나를 지나갈때 살짝 웃으면서 지나가고. 나는 다시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친구도 내 뒷모습을 보면서 뛰었겠지? 굳이 매번 말을 주고받지 않았는데도 혼자보다는 좋더라.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쫓아가야겠다, 그 친구를 앞서가야겠다는 마음은 없고 오히려 내가 뒤처지지 않게 이끌어주는 느낌이었어.

마치고 걸어오면서 똑같은 음료를 크아 - 캬아 - 거리며 아저씨처럼 마셔대면서 웃고, 횡단보도에서 장난을 치고. 함께 살아온 동네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맛집을 이야기하면서 집에 돌아왔어.
항상 연락하지 않아도, 이렇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고등학교 친구들. 헤어질 때 "또 봐" 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 벌써 알게된지 10년이 다되가네.
또 종종 걷겠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만 집중해도 되는 시간이 필요할테니까.
It's going to work out someday.
언젠가는 다 좋아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