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창세기 40:1-6
얼마 전 끝난 파리(Paris)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열세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중 양궁 부문에서 다섯 개의 금메달을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 양궁은 현재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습니다. 특히 여자 단체전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10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올림픽이 4년에 한 번씩 열리니, 40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온 셈입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쉬지 않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뒤따릅니다.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지만, 이 최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첫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 첫 시작은 미약하기 그지없었습니다. 1959년, 당시 36세의 서울 수도여고 체육 교사였던 석봉근(石鳳根) 선생님이 청량리 고물상을 지나다가 양궁 활 하나를 발견합니다. 줄도 없고 망가진 활이었지만, 그것에 마음이 끌려 사서 집으로 가져옵니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랐기에 국궁장에 가서 활 사용법을 배웠습니다. 나름대로 배우고 공부하며, 교사였기에 외국 서적까지 구해 독학으로 양궁을 연습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자기 학교에 양궁부를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국궁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1962년 미 8군에 부임한 엘로드(Elrod) 중령을 만나게 됩니다. 양궁 애호가였던 그는 한국에 부임했으나 양궁하는 사람을 찾지 못해 수소문하던 중, 국궁을 아는 이의 소개로 석봉근 선생님과 연결됩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우리나라 양궁의 씨앗을 뿌립니다. 엘로드 중령의 주선으로 1963년 우리나라 국궁 협회가 국제 양궁 협회의 회원국으로 가입합니다. 석봉근 선생님은 가는 학교마다 양궁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씨를 뿌린 결과, 마침내 열매를 얻게 됩니다. 1979년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에서 당시 19세의 김진호 선수가 5관왕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5년 뒤인 1984년 LA 올림픽에서 서향순 선수가 금메달을, 김진호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합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미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는 시점,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자리에 있을 때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할 수 있습니다. 주목받는 인기 종목이면 명예도 얻고 보상도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59년 당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때 구석에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고 누가 알아주었겠습니까? 아무도 그 사람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우리의 믿음의 여정이 바로 이와 같지 않습니까? 내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내 가정에서, 일터에서, 우리가 사는 자리에서 하나님 말씀을 붙잡고 산다고 해서 누가 알아줍니까? 아무도 그 수고를 알아주지 않습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믿음 생활을 성실하게 한다고 해서 박수쳐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믿음은 바로 그런 자리에서 빛이 나는 법입니다. 요셉이 바로 그렇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요셉의 일생을 보면, 우리는 그의 일생에서 최고의 정점이 애굽 총리가 되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창세기 39장에서 그를 형통한 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가 노예의 옷을 입고 살 때, 죄수의 옷을 입고 살 때, 하나님 앞에서 사명자로 열심히 살아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형통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은 요셉이 감옥에서 겪었던 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애굽 왕의 술 맡은 자와 떡 굽는 자가 그들의 주인 애굽 왕에게 범죄한지라 바로가 그 두 관원장 곧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에게 노하여" (창 40:1-2)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죄를 범했는지 성경은 기록하고 있지 않으므로 알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왕의 음식 문제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당시 제국을 이끌고 있는 황제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들 입장에서 전쟁은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제국의 황제가 전쟁에 직접 진두지휘하며 나갈 일이 몇 번이나 되겠습니까? 그 아래 장군들이 나서고, 설령 나라의 명운을 건 전쟁에서 직접 나가야 한다 해도 제일 뒤편에서 지휘만 할 것이지, 직접 칼을 쓰거나 활을 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황제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독살의 위험입니다. 하루 세 끼 밥을 먹어야 하는데, 누가 음식에 독을 탈지 모릅니다. 음료에 독을 탈 수도 있고, 조금씩 독을 타서 서서히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철저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둡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그것을 가져오는 사람도, 함께 식탁 자리에 앉는 사람도 100% 검증되지 않으면 곁에 두지 않습니다.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은 왕의 음료와 음식 전체를 총괄하는 두 사람을 뜻합니다. 이 두 사람은 양날의 검과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왕의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은 항상 왕 곁에서 음식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왕의 식탁에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이니, 왕의 기분이 좋으면 이 사람들이 어떤 청을 하든지 들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 신하들도 이 사람들에게 청탁하고 부탁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면 분위기 좋은 식사 자리를 통해 풀어가려 했을 것이고, 그래서 이들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런데 위험도 있습니다. 만약 왕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배탈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죄를 고스란히 이 사람들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습니다. 꼭 독살이 아니더라도 음식에 조그만 문제가 생겨도 이 두 사람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이 음식에 관련된 어떤 이유로 감옥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왕은 이 두 사람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친위대장의 집 안에 있는 옥에 가두니 곧 요셉이 갇힌 곳이라" (창 40:3)
만약 이 사람들이 왕을 독살하려 한 것이 확실했다면 친위대장의 집 안에 가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냥 목을 쳐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친위대장의 집 안에 있는 옥에 가두었다는 것은 판단을 유보하고 조사 중이라는 뜻입니다. 조사해서 문제가 있으면 형장의 이슬로 끝나는 것이고, 문제가 없으면 복권될 수도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을 맡아야 하는 보디발의 입장에서는 어떤 마음이겠습니까? 이 두 사람은 왕의 최측근 중에 최측근입니다. 두 사람이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처형되면 그만이지만, 둘 중 하나라도 왕 곁으로 복권되는 날이 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잘 섬겨 줘야 합니다. 일종의 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비록 환경은 감옥이지만, 불편함 없이 자기 책임 아래 이 사람들을 잘 돌봐 줘야 합니다.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친위대장이 요셉에게 그들을 수종들게 하매 요셉이 그들을 섬겼더라 그들이 갇힌 지 여러 날이라" (창 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