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의 웅장한 사쿠라지마를 뒤로하고 미야자키를 향해 차를 몰던 길이었습니다. 화산은 늘 그렇듯 태연히 연기를 뿜어냈고, 곁을 흐르는 바다는 시리도록 투명했지요.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운전자의 시선은 자꾸만 옆을 향하게 됩니다. 아마 그 찰나의 시선이 문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IMG_7160.JPG

지진인 줄 알았던, 길 위의 떨림

어느 구간에 들어서자 갑자기 차가 덜커덩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에서 올라온 진동이 시트를 타고 허리를 툭툭 치고, 핸들이 아주 얇게 떨렸지요. 순간 머릿속에는 "지진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쳤습니다. 이 남쪽 지방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은 대개 자연의 신호로 이해되곤 하니까요.

하지만 곧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흔들림이 지나치게 규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여전히 잔잔했고, 앞차도 저와 똑같은 리듬을 밟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이토록 정확하고 인위적인 박자로 흔들지 않는 법이지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땅이 아니라 제가 밟고 있는 노면(路面)이었습니다.

감각으로 전하는 경고, 럼블 스트립

나중에야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바로 '럼블 스트립(ランブルストリップ, Rumble Strips)'입니다. 포장된 노면에 오목한 홈을 연속으로 내서, 차가 그 위를 밟는 순간 소리와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장치이지요.

럼블 스트립의 본질

이 신호는 표지판처럼 읽고 해석해야 하는 '인지 신호'가 아닙니다. 몸에 직접 닿는 '감각 신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고, 반사적으로 핸들을 바로잡게 만드는 물리적인 외침인 셈입니다.

image.png

'12mm'의 미학

일본의 럼블 스트립은 단순히 홈을 파놓은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세밀한 안전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