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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 익명의 맛칼럼니스트

💬 People Team : 익명의 맛칼럼니스트께서 12월달 푸드 지식에 관한 내용으로 제보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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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푸드 나-ㄹ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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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화폐가치가 많이 올라서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화 말고도 1개의 화폐가 더 있었다. 원화 기준으로는 대략 6천 원, 단위는 1국밥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속칭 국밥충들이 사용하는 화폐 단위로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초밥 그거 먹을 돈이면, 깍두기까지 주는 뜨끈한 국밥 2그릇을 먹겠다. 떡볶이 그거 먹을 바엔 조금 더 보태서, 쌈장에 풋고추까지 주는 뜨끈한 국밥 1그릇 먹겠다. 등

그러나 현재의 1국밥의 화폐가치가 만 원이 넘어선 시점에서 가성비로는 햄버거 런치세트보다 못한 존재가 돼버려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순대국밥은 국룰로다가 6천 원 아닌가?)

오늘 그래서 다뤄보고자 하는 맛있는 이야기, 푸드 나-ㄹ리지는 **"국밥"**이다.

국 그리고 밥,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음식으로 옛말로는 탕반이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시의전서』에서는 장국밥을 쌀밥에 나물과 고기를 얹고, 장국에 말아 후춧가루와 고춧가루를 뿌린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장국밥은 장시와 주막의 등장과 함께 상업화되어 외식문화로 발전했다. 김홍도의 풍속화에서도 주막에서 국밥과 술을 파는 장면이 나타나며, 장국밥은 장시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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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풍속도첩> 김홍도의 그림 ‘주막’에 국밥을 파는 주모와 손님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는 시래깃국, 배춧국, 콩나물국처럼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경제와 물류의 발전으로 소와 돼지를 활용한 곰탕, 설렁탕, 순대국밥 등 고기 국밥이 등장했다. 특히 1960~70년대에는 도축장의 현대화와 고기 소비량 증가로 소머리, 내장, 뼈 같은 부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국밥 요리가 생겨났다.

국밥 문화는 지역에 따라 특색을 갖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설렁탕과 소머리국밥이, 용인에서는 순대국밥이 나타났고, 경상도에서는 돼지국밥(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수구레국밥도 경상도 지역에서 먹는 국밥이자 별미이다.)이, 전라도에서는 콩나물국밥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밥이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경제적 배경을 반영하는 중요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곰탕집 두 곳을 소개해 보려 한다. 야인시대를 보면 쌍칼의 시대가 가고 김두한의 시대가 오듯 현재 서울에서 곰탕으로 가장 유명한 전통의 노포와 떠오르는 별, 명동의 <하동관>과 **마포의 <옥동식>**이다.

먼저 명동의 하동관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미쉐린 빕 구르망을 꾸준히 받아온 집으로, 1939년에 창업한 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다. 처음에는 서울시 중구 청계천변 수하동에서 시작했다가 도시재개발사업 때문에 현재의 명동에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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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aver.me/GdiGNEQA ) -링크


명동 본점뿐만 아니라 분점으로 여의도와 코엑스에 있다. (강남 수하동이 하동관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영업하고 있었는데 가짜도 아니고 진짜도 아닌 미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하동관만의 은어가 있는데, (예를 들면 깍국이나 냉수 등) 실제로 가봤을 때 한 번도 은어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소, 일반, 25공, 30공의 이렇게 4종류의 곰탕이 있는데 여기서 25공과 30공은 2.5만 원, 3만 원짜리 특곰탕, 특특곰탕 정도로 보면 된다.

입구에서 선불로 식권을 구매하고 자리에 착석하면 직원이 와서 내장을 먹냐고 물어볼 텐데 여기서 말하는 내장은 양을 뜻한다. 내장 유무를 결정해주면 코리안패스트푸드답게 바로 곰탕이 나온다. 맛은 뭐 특별한 거 없는 맛있는 맑은 국물의 곰탕이다. 담백하고 맑은 국물로 나주식 곰탕과 결을 비슷하게 가져가면서도 은은한 육향 뒤로 들어오는 진한 감칠맛이 좋은 평범하지만 맛있는 곰탕이다. 김치도 너무 달지 않고 시원한 맛의 김치로 국밥과 어울리는 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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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관 대표메뉴 하동가곰탕 ( 진짜로 국물이 맑다)

다만 이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2가지를 무조건 알고 가야 하는데 바로 불친절과 위생이다. 지금이야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입장하는 순간부터 퇴장하는 순간까지 일관적인 직원들의 퉁명스러움과 어딘가 거슬리는 말투가 있다. 위생도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름기가 가득한 바닥과 테이블, 그리고 이따금씩 제대로 치우지 못한 다른 손님들의 흔적까지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블로그 후기들을 보면 대부분 재방문 의사가 없다.)


두 번째로 소개할 서울 국밥집의 신흥 강자인 마포의 옥동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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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s://naver.me/IgDLtCM5 ) - 링크

뭐 나주식 곰탕, 서울식 불고기, 군산식 짜장면처럼 지역 이름이 아니라,

그냥 거기 잇는 민머리 사장님 이름이 옥동식이다.

합정역 빌라촌 1층에 있고 내부는 다찌석으로만 구성된 돼지 곰탕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음식점으로, 미슐랭 빕 구르망에도 선정되어있지만 이 집을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건 뉴욕타임스(NYT)가 ‘2023년 뉴욕시 최고 요리 8선’ 중 하나로 선정된 게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지리산 버크셔 K 흑돼지의 앞다리와 뒷다릿살과 각종 채소, 우엉, 표고버섯을 약탕기에 약 2시간 정도 고아서 만든 맑은 돼지 곰탕을 판매한다. (이마트에서 유명음식점과 콜라보하여 피코크 밀키트를 판매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 제품의 뒷면 성분표를 보면 어떻게 만드는지 대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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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동식 대표메뉴 돼지곰탕

메뉴는 단촐하게 돼지 곰탕 일반과 특, 김치만두만 구성되어있고, 매장 분위기는 국밥집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어두워서 일행과 큰소리로 대화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다. 수육과 같이 먹을 수 있도록 고추지(그냥 다대기인데 왠지 모르겠지만 고추지라고 한다.)와 함께 방짜유기에 담긴 곰탕이 서빙될 텐데 이때 그릇이 굉장히 뜨거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반 돼지고기와 다른 버크서 K로 육수를 만들어 그런지 굉장히 육향이 특이하고 진하면서도, 은근히 달큰하다. 국밥이 아니라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균형이 잘 맞고, 매우 고급스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 부들부들한 수육에 고추지를 살짝 곁들여 먹으면 그것참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김치 또한 공장제 제품이 아닌 옥동식 사장님의 어머님이 만들어주시는 걸로 알고 있고, 그 맛이 국밥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이 집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쌀부터 시작해서 조리 방식 등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이 정도까지만 하려한다. (이건 꼭 말해주고 싶다. 이 집 근처에 정호영 쉐프 우동 카덴이 있다. 1차로 국밥 먹고 2차로 우동먹으면 된다.)


오늘은 어찌 보면 굉장히 한 음식점에 편중된 이야기를 했는데, 고담시에 국밥이 있었다면 아서 플렉은 조커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말 실제로 있는 조커 국밥론이다 진짜 진짜로) ←? 국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오랜 시간 끓여낸 진한 국물은 우리의 삶처럼 고되고도 깊은 맛을 품고 있다. 오늘 소개해준 이 두 군데가 아니더라도 다음번에 국밥집을 찾게 된다면 국밥 속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음미해봤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될지도 모르니까

오늘의 푸드 나-ㄹ리지 2편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번에 더 새롭고 맛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서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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