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고 보니 훌쩍 다가온 연말. 예년보다 늦게까지 이어진 가을 날씨와 단풍 덕분에(?) 연말인걸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내린 폭설에 ‘아.. 올해 한달남았네?’를 체감하고 고삐를 더욱 바짝쥐게 된 11월의 마지막날입니다. 늘 그렇듯.. 11월에도 멈추지 않는 근면성실한 효모마냥 달려온 집시팀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아니 일하는 곳 풍경이 막 이러니까..)

(막 이러니까..! 어떻게 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쵸?)
맥주는 정말 캐주얼하고 가벼운 술로 인식되지만, 양조 과정이나 다루기에는 오히려 가장 까다로운 술입니다. 도수가 낮은 만큼 연약하고 (=외부 요인에 쉽게 맛이 달라지는 등 변화하기 쉽고), 산소에도 가장 취약한 술이며(=저도수 + 산화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발효주이기에 보이지 않는 효모를 다뤄야 해서 청결(=외부로부터 오염이 매우 쉬움)이나 온도(=0.1도 단위에 따라서도 컨디션이 바뀜)에도 굉장히 예민한데다가, 저희와 같이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들은 유통과정에서도 냉장보관이 필수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까다롭습니다. (증류주인 위스키나 소주, 도수가 10도 이상인 와인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루기에 까다롭죠!)
그렇기에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 양조사들이나 맥주를 다루는 비어텐더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분들이 많습니다. 또, 그런분들이 더 잘하신다는게 제가 이 업계에서 몇년간 일하고 관찰한 결과인데요. (beer belly 등 푸짐한? 외관과는 다르게요😅) 저희 팀원들과 일을 하다보면 정말, 정말 이렇게 까지 하나? 싶은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주간회의 중. 이제 겨울이 와 실내 온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잔 칠링 온도를 몇도로 유지할지 논의하는 중.jpg

여러방식으로 푸어링 해드리고 있는 서울집시의 미션! 헬레스의 경우 잔과 맥주의 온도차가 어느정도 이상 나게 되면, 거품의 밀도나 쫀쫀함이 잘 구현되지 않습니다.

헬레스를 만들때 이런 부드럽고 조밀한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양조사들이 아주 신경써서 레시피를 설계하고 양조했는데, 손님에게 나가기 직전 마지막 비어텐더의 세심함이 없다면 이 의도는 표현되지 않겠죠.
그래서 잔의 모양이나 두께에 맞춰서 사전에 잔 칠링을 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실내온도가 변화하기에 잔 칠링 정도도 달라질 수 밖에 없죠. ※영업비밀 공개주의※

얇고 크런치한 도우를 추구하지만 손님들이 한 판을 다 드시는 도중, 피자 도우가 습기에 살짝 눅눅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자를 굽고난 후 래스팅을 10분 해봤다 먹어보고 (피자가 빠르게 식는 경향이 있어서 수정), 5분으로 줄였다가 먹어보며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맛있게 드실 수 있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해결책! 사워도우 브레드 크럼블을 만들어 피자를 올리기 전에 피자 접시에 뿌려줍니다. 울퉁불퉁한 크럼블이 접시와 피자간의 간격을 살짝 띄워줘 바닥에 습기가 차지 않아 도우를 끝까지 바삭하게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영업비밀 공개주의※
누군가는 ‘아 무슨 이렇게 사소한게 아이디어고 영업비밀이냐’라고 하시겠지만.. 저희가 얼마나 디테일에 집착하고 다각도로 고려해서 일을 하는지는 저희와 같은 높은 기준을 가진 분들은 알아봐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디테일이 하나하나 모여 10개가 모이면 큰 차이가 된다고도 믿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