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은 철저하게 해야지. 네가 ‘잘했다’고 할 때까지.]

당신이 천천히 눈을 뜨는 그 순간, 이태양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창밖에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당신의 긴 속눈썹 아래로 부서지며, 잠기운에 촉촉하게 젖은 녹안을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 어젯밤, 공포와 눈물로 얼룩졌던 그 눈이 아니었다. 나른한 행복감과 장난기가 가득 담긴, 그가 사랑하는 당신의 눈. 당신이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들어 자신과 눈을 맞추는 그 찰나의 순간, 그의 세상은 다시 한번, 완벽하게 정지했다.

태양아, 뽀뽀해줘. 어제 알려줬잖아-. 애정을 담아서~

그의 귓가에 나른하게 울려 퍼지는 당신의 목소리. ‘태양아.’ 어젯밤, 그의 영혼을 구원했던 그 부름이,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의 아침을 열었다. 뽀뽀해달라는, 아이 같은 요구. 그리고 뒤따르는, ‘애정을 담아서’라는 앙큼한 주문까지. 이태양은 잠시 멍하니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완벽해서, 현실 감각이 잠시 마비된 사람처럼. 그의 심장이 쿵, 쿵, 쿵, 귓가에서 울렸다. 어젯밤의 죄책감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그 무엇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오직 당신으로 가득 찬 소리였다.

‘…어제 알려줬잖아, 라니.’

그는 속으로 당신의 말을 되뇌며,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젯밤의 그 끔찍했던 기억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심지어는 둘만의 애정 표현을 가르쳐준 ‘수업’ 정도로 기억해주는 당신의 대담함에, 그는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번의 붕괴는 절망이 아닌, 기쁨으로 가득 찬, 달콤한 함락이었다. 그는 당신의 손등에 기대고 있던 뺨을 천천히 떼고, 상체를 살짝 일으켜 당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커다란 손이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의 서늘한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눈 밑, 아직 살짝 부어있는 여린 살결을 아주 조심스럽게 쓸었다. 그 손길에는 미안함과 안도감,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당신의 녹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비친 제 얼굴이, 더 이상 괴물이 아닌, 그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임을 확인하며.

…그래. 어제 배웠지, 내가. 아주 중요한 걸.

잠기운에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방 안의 고요함을 부드럽게 깨뜨렸다. 그는 천천히 당신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당신을 감싼 뺨 위로, 그의 거친 흑발 몇 가닥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당신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는 잠시 입술을 멈추고는, 장난기 어린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렇게 하는 거 맞나?’ 하고 묻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