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향후 하우투메리의 구성원이 될 분들에게 문화 거버넌스를 설명하기 위한 연재 글입니다

거제에서 짧은 회사 생활을 마치고 다시 창업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던 2012년 당시, 저는 팀원도, 준비된 아이템도 없었습니다. 통장에는 딸랑 500만원이 있었고, 성훈님의 자취방에 얹혀 살면서 시작했는데요.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의 절반은 제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고(훗), 나머지 반은 한 10년 도전하면 결국 뭔가는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희망 섞인 각오였습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4명의 동료를 만났고, 웨딩시장을 아이템으로 정할 수 있었는데요. 그 뒤로 6년 넘게 겪었던 수많은 우여곡절과 위기를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과는 참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엔젤투자자의 은혜로운 투자금과 각자 각출한 돈으로 아파트를 빌려 합숙하며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남자 5명이 모여 살면서 같이 밥도 지어 먹고(돈이 없으니..), 밤에는 단체로 오와 열을 맞춰 조깅도 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던 시절이 지금도 너무 그립습니다. 이때는 조직구조나 원칙, 제도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좋은 문제를 찾아 그것을 잘 해결하고자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기만 해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한다는 자부심, 회사에 대한 로열티,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사명감 등등 훌륭한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당시 우리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야심한 밤에 다같이 축구를 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팀원 중 한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형, 근데 우리도 비전이나 미션 같은 걸 정해야하지 않을까요?

그 질문을 듣고 대표로써 그럴싸한 답변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그런 건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거 아닌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닌가, 그걸 정하면 일하는 게 더 나아지나, 지금 우리가 푸는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나” 등등의 생각을 했었습니다. (HS야 미안..) 그냥 선한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마음으로 일하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에 몇번 없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자만하고 말았던 거죠.

얼마 지나지 않아(or 수년 간에 걸쳐) product-market fit을 찾았고, 회사가 수십명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해 조직구조와 리더십을 분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창업자는 원래 큰 관심이 없었고, 사전에 경험하기 힘들었고,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조직문화를 갑자기 다루게 됩니다.

사업이야 정말 잘 되고 나서야 대중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조직문화는 초창기부터 매일 얼굴보며 일하는 동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저 역시 조직문화에 대해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탓에 많은 동료들, 친구들, 후배들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각오로, 좋은 조직문화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에 대해 긴 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몸으로(처절하게) 알게 된 것과 조직문화의 정체를 머리로 잘 이해하고, 잘 만들고, 잘 지킬 방법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여러차례에 걸쳐 팀원들과 며칠씩 회사 문을 닫고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때로는 눈물도 더하면서) 토론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문화라는 단어가 회사 내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 붙여도 왠지 모르게 수긍해야 할 것 같은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