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지 않는 디자이너

오전 9시 30분.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클라이언트로부터 문의나 소통을 위한 전화, 문자 연락이 시작된다. 자잘한 요구 사항 등을 오전 중에 처리하고 나면 점심시간 즈음이 된다.

오후 12시 30분. 연락도 점심시간이 되면 대부분 잦아들기 때문에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타이밍에 맞춰 점심을 챙겨 먹는 편이다. 집에서 일하며 가장 좋은 것은 눈뜨자마자 출근을 할 수 있는 것, 눈치 볼 것 없이 쉬거나 혹은 먹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다시 책상에 앉아 업무를 재개한다. 분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2~3개, 많게는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클라이언트 업무 시간 중에는 여러 곳의 연락과 요구사항이 번갈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새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시안작업이나 중요도가 높은 디자인 작업은 긴 시간 지속적으로 몰두해 퀄리티를 높여야 하는데, 여러 연락이나 요구가 발생하면 흐름이 끊겨 작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퇴근 시간 이후 연락이 종료되고, 저녁 식사 후 오후 시간부터 업무를 처리하는 패턴이 생겼다.

써놓고 보니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바쁠 때는 대개 그렇다. 의무적으로 챙기려고 하는 운동도 못 하고 취미도 매번 다짐뿐이다. 그래도 바쁜 일들이 몰리고 또 우르르 처리하고 나면, 많은 사람이 흔히 누릴 수 없는 황금 같은 시간 (예를 들어, 평소 웨이팅이 꼭 있는 맛집을 주중 애매한 시간 때 찾아갈 수 있는 것, 인기 있는 전시를 한가롭게 볼 수 있는 것, 늘 바쁘게 다니는 길을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 등)이나, 충동적으로 훌쩍 떠나는 여행 같은 것들은 이 패턴에 중독되게 한다.

#1인 디자이너? 1인 스튜디오? 프리랜서?

처음에 일을 시작하고 이런 단어들을 들을 때 알쏭달쏭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 관점에서 다른 점을 정리해보자면 1인 디자이너가 제일 넓은 개념으로, 조직에 속해있지 않고 혼자 일하는 디자이너를 총칭할 수 있고, 1인 스튜디오와 프리랜서는 비슷하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태도에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1인 스튜디오가 개인과 작업을 분리해 마치 ‘법인’처럼 사람이 아닌 추상적인 사업상의 인격체 혹은 대상을 설정하는 것이라면, 프리랜서는 이름 석 자를 걸고, 개인 = 작업 같은 개념이다. 프리랜서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원천징수로만 작업비용을 받는 일명 3.3 프리랜서와 사업자 등록을 한 프리랜서로 나뉠 수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3.3 프리랜서를 ‘프리랜서’로 통칭하기도 한다.

#개인사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