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유이채 그리고 양정원 서해온
https://youtu.be/hmuYxMCvS8Q?si=mEWcYMg2Xu7iH811
소꿉친구라기에 가까운 사이는 되지 못한다. 성격 더럽던 나와 무심한 그 애. 태초부터 어긋나 있었을지 모르는 우리의 전부. 부모끼리 가까워서라고 정의하기에 사업 파트너라는 단어가 제격이었다. 먼 사이라고 대답하기에 우리는 결혼한다. 무거운 마음이 나를 짓누른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나와 그 애. 아마도 곧 약혼을 하겠지. 형식적으로 어른들이 참석할 거고.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형식을 따지는 애니까 너는. 너는 자리에 참석은 하겠지. 기본과 규칙에서 어긋나는 걸 극도록 혐오하니까. 제법 한심할지 모르는 생각이 머리를 뒤덮는다. 웃음 나와. 짙은 눈썹이 그날 그 자리에서 나를 보고 꿈틀거릴 걸 생각해서 그런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웃음이 동반하는 건 당연했다.
그 애가 나를 싫어하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박성훈.
이건 나를 싫어하는 그 애의 이름이다.
이 바닥에서는 소문이 또 다른 화폐였다. 돈으로 소문을 살 정도로, 중요한 가치이며 매개체였다. 저렴한 표현으로 어느 곳에 설지 줄타기가 중요했고 입안에 있는 혀는 곧장 익은 말을 뱉을 줄 알아야 했다. 박성훈과 내 약혼 이야기가 퍼지는 건 아주 빠른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지금으로부터 과거의 일. 사춘기여서 어디 삐끗한 내 감정이었다고 말하기에 나는 워낙 제멋대로 구는 성향이 강했다. 패기였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원하는 걸 전부 이루고 자라서. 그래서.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 박성훈과 결혼하게 해 달라고. 그게 내 집안이었고, 부모가 나를 키운 방식이었다. 어려서부터 박성훈을 스치듯이 본 적 있었다. 그럼에도 내 마음에 그 애가 들어온 건 열다섯 무렵이었다. 결혼이라기에 어린 나이였지만 이 바닥은 태어나기 전부터 계약을 하기도 하니까. 박성훈. 나보다 한 살 위라고 했던가. 신진건설 첫째 아들. 조용한 애. 그렇게 이미지 박혀 있던 내게 체육 시간 박성훈이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중 박성훈네 반과 우리 반이 체육관을 동시에 사용하는 유일한 날. 그날 박성훈이 속한 반이 했던 종목은 배구였는데, 참고로 체육에 관심 없어 규칙 하나 제대로 몰랐다. 어쨌거나 그날 박성훈은 곁에 있던 장승이나 다를 것 없던 남자애들을 제치고도 그날 제일 멋있었다. 말 하나 뱉으면서 자랑이나 하던 애들의 입을 말 꺼낼 수 없게 전부 묵인을 시켰다. 살면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장신구를 보며 귀엽다, 예쁘다는 말은 많이 뱉었을지 모른다.
멋있다는 말은 그때 그날 처음 꺼냈었다. 박성훈에게.
그 순간 하나로 단숨에 그 애를 좋아하게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신진건설 첫째 아들 박성훈이 누구인가 알아 내기 위해 스스로 머리 굴릴 때. 방법을 떠올리고 그걸 실행하면 할수록.
“야.”
“.......”
“대원.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