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순관 대표이사에 징역 20년 구형

유족들, ‘재가 된 내 딸을 살려내라’

일시 2025년 7월 23일(수) 14시
장소 수원지방법원 201호 법정
진행 순서 피해자 진술, 검사 최후진술 및 구형, 변호인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지난 2025년 7월 23일, 수원지방법원 본관 앞에서 아리셀 참사 형사재판 1심 최종재판이 끝난 뒤, 유족과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노동건강연대.

지난 2025년 7월 23일, 수원지방법원 본관 앞에서 아리셀 참사 형사재판 1심 최종재판이 끝난 뒤, 유족과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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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리튬1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 8명이 부상한 아리셀 참사는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일어난 가장 큰 인명피해 사건이며, 법시행 이후 최초로 사업주인 회사 대표를 구속수사하여 진행된 사건입니다. 지난 7월 17일, 아리셀 참사대책위 SNS 방에 **[아리셀참사 형사 1심 최종재판 참관을 부탁드립니다]**는 법률지원단 손익찬 변호사의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노동건강연대는 아리셀 참사 대책위에서 연대활동을 해 왔지만 재판 방청을 가진 못하였는데 1심의 최종재판이라도 참관하여 유족과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한솔 활동가가 재판을 방청하고 기록하였습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9월 23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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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50분. 검찰과 피고 측 변호인단, 피고인들이 입장했다. 박순관 대표이사는 흰색 마스크를 쓴 양복 차림이었다. 직전 재판에는 검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데, 오늘은 작은 흰 점들이 박힌 남색 넥타이였다. 약 80석 정도 되는 방청석은 유가족과 연대 방청 온 사람들, 취재진으로 이미 대부분 차 있었다. 13시 58분, 재판부가 입장한 뒤 결심공판이 시작되었다. 손익찬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 법률지원단)는 피해자 최후진술을 시작하기 전 재판부에 유가족 4명의 발언을 요청했다.

*본 방청 기록은 현장에서 속기한 내용으로, 진술 및 발언에 생략이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

고 강○복님의 배우자

이번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고, 이번 사고로 아내의 친동생도 같이 세상을 떠남. 또한 우리 장모님도 두 딸을 보내고 나서 날마다 눈물 흘리며 눈물과 슬픔에 젖어 살다가 올해 6월에 돌아가심. 그래서 사망자가 23명이라고 하지만 23명이 아니라 24명이 되었음. 다른 피해자들도 많고 희생자들도 많지만 우리 가정에서만 3명의 피해자가 발생. 그런데 아직까지 저 박순관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아리셀 대표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고 있음. 지난 재판에서도 증거를 들이밀었을 때, 사인한 걸 들이밀었을 때 ‘이건 내 사인이 아니다’, 누구 사인이냐 물으니 ‘모르겠다’라고 답함. 이건 뭐 진짜 사람 앞에 놓고 너는 박순관이 맞느냐, 나는 박순관이 아니다, 너는 누구냐, 나도 모르겠다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직까지도 증거가 다 드러났는데 오리발 내밀고 유족들한테 진실된 사과 한마디 없고. 합의해주면 사과하겠다고 하고 있음.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사실 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고민이 엄청 많았다. 할 말이 많은데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건 없고, 판사님, 다시 부탁드리지만 엄중하게 처벌해달라. 최대 형으로 해달라.

고 김○철님의 배우자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사망한 고 김○철 배우자임. 심장이 뛰는데, 진짜 1년 동안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겠다고 여기까지 왔음. 10월에 시작된 재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다 방청. 그동안 아리셀 변호인들이 주장했던 거 요약해보겠다. ‘이번 참사는 천재지변과도 같아서 원인을 알 수 없고, 막을 수도 없고, 죽은 사람은 안타깝지만 죽을 수밖에 없었고. [판사 : 피고인들을 계속 째려보면서 말씀하지 마시고 저를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이 분노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판사 : 피고인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게 아니라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하는 거니까 저를 보고 말씀해주세요. 심정은 이해합니다.] 관리직으로 있던 (김○철이) 폭발의 원인을 제공했고,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의 방법을 알려줬고, 박순관은 선의의 부정을 저질렀고, 박순관은 단순 투자자이다.’ (김앤장)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 진짜. 그런데 저희 이미 다 알고 있음. 법률적 지식 아무것도 몰라도 이거 상식임. 삼성이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에스코넥. 버림받을까 두려워서 아리셀 만든 거 아닌가. 아리셀에서 에이징 거쳤는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판에서는 김○철이 6월 3일 이메일에 썼다는 단 두 줄이 쟁점이 되었음. 발열을 관리해야 하는 에이징이 중점이 되어야 함. 변호인들은 발열에 ‘미세’자를 붙임. 아리셀 측이 ‘미세’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던 건 망자에게 책임을 넘기기 위한 것 아닌가. 높은 데에서 떨어질까 번개탄 피울까 매번 고속도로 오가면서 핸들을 돌려 부딪힐까… 수도 없이 생각. 애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고,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순관, 박중언한테 속죄하라고 말하고 싶었음. 박중언이 지난 법정에서 두 죽은 사람을 꼬집어서 미세발열 검사하지 말라고 시킨 사람이 그 둘이라고 말함. 그 자리에 김○철 아들도 있었음. 우리 대에서 끝내자. 죽었다고, 말 못한다고 그렇게 책임전가하는 거 아님. 보이지도 않는 그 명예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미쳐서 살았음. 김병철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도 모자라서 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하고, 인간적인 정을 기대했던 게 사치였고 어리석다는 것을 깨달음.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선을 넘었음. (박순관) 당신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얻으려고 하는 게 대체 뭔가. “인생 별거 아니고, 그렇게 길지 않잖아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박중언) 당신의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23명 죽었음. “책임지라고! 책임져!” 이제 사과하라고 하지 않을 것임. “계속 그렇게 사십시오. 저도 이렇게 살 겁니다” 죽는 순간까지 당신들이 내 가슴 한 가운데에 있을 것임. 명심하라.

고 ‘주○’(말○○ ○○완)님의 배우자

남편 이○홍임. 사랑하는 와이프를 잃고 어린 딸과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 회사 측의 무성의한 태도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에 서러운 마음.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라면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텐데 화재 시 행동요령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작업자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배터리 생산에만 최선을 다함. 작업자들을 불이 났을 때 막다른 곳으로 피했고, 거기에서 사망함. 만약에 회사 측에서 불이 났을 때 제대로 된 행동 요령을 교육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 지금도 그런 점이 너무나 안타깝고 원망스러움.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 회사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 그래야만 용서할 수 있을 것.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