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보자 : 익명의 맛칼럼니스트
💬 People Team : 익명의 맛칼럼니스트께서 1월달 푸드 지식에 관한 내용으로 제보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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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한참 전에 백종원 대표나 성시경이 했던 말이 있다. 꾹 참고 3번만 먹으면 어느 음식이든 먹을 수 있다고. 그래서 이제 고수는 잘 먹는다. 이제는 뭐 쌀국수에 고수를 넣어서 먹는지 고수에 쌀국수 토핑을 해서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즐겨 먹는다.
근데 한 5번 정도 꾹 참고 먹었는데 아직도 잘 못 먹는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평양냉면이다.
은은한 육향과 슴슴한 맛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왜 만 오천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먹는데 은은하게 슴슴하게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 금액이면 대놓고 육향이 뿜뿜해야하는게 아닐까 싶다. (반박 시 여러분의 말이 모두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푸드나-ㄹ리지는 평양냉면이 아니라 평양냉면집에서 제일 비싼 메뉴 어복쟁반이다.
어복쟁반은 아직도 많은 분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음식이지만, 2016년 수요미식회에 방영된 이후로 조금씩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https://youtu.be/c5W6n9j33YA?si=_oBRH8eaP1v-YdHr ← 수요미식회)
어복쟁반이 탄생하게 된 썰이 몇 개 있는데 소의 복부(양지)로 만든 음식이라고 해서 우복쟁반이엿다가 발음의 편의상 어복쟁반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썰이 하나 있고, 그냥 그 그릇 이름이 어복쟁반이라는 썰이 있기도 하다.
얇게 썬 소고기, 신선한 채소, 깊고 진한 육수가 어우러지는 요리고 특히나 고기와 채소를 우려낸 깊은 맛의 육수로 추운 계절에 소주 안주로 먹기 딱 좋은 음식이다.
은근히 약수동 근처에 어복쟁반으로 유명한 집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남포면옥, 평가옥, 평양면옥 등이 있다.)
오늘 소개할 집은 남포면옥이다.

무교동(을지로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남포면옥은 평안도 진남포 출신의 곽봉순 사장이 한국전쟁 이후 서울에 정착해 이북식 냉면을 선보인 곳으로, 현재 3대째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 미쉐린 빕 구르망을 꾸준히 받아온 곳으로 독특한 외관 덕에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참고로 한옥처럼 생긴 건물이 본점이 아니라 별관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유명인들의 사인과 한쪽에 쭈욱 늘어진 동치미 장독대들
’그렇다 일단 이 집은 소주부터 달라고 한 다음에 동치미랑 먼저 한 병 비워야 하는 집이다.’

( 실제 남포면옥 장독대)
메인인 어복쟁반은 금액 때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날이나 모임 있을 때 참 먹기 좋은 음식이다 (특이하게도 어복쟁반이라는 음식은 가게마다 구성하는 채소나 고기가 다 다르다. 그래서 사전에 어복쟁반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확인해보고 취향에 따라 가면 될 듯하다.)
남포면옥의 어복쟁반은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숙주가 잔뜩 올라간 어복쟁반으로 이 집은 특이하게 유통이라는 게 들어간다. 유통은 소의 가슴살 부위로 치즈 향이 꼬릿꼬릿하게 난다. 이 부위는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위였다. 소고기 육수에 숙주, 버섯, 고기를 넣으니 깊고 진한 샤브샤브 맛이 나는데, 일반 샤브샤브의 맛을 5배쯤 농축한 맛이라 보면 된다.

( 남포면옥 어복쟁반 실제 사진) ‘진짜 유통이 들어가는데 특이한 맛이난다.’
계속 끓이면서 육수도 추가하고 소주도 한 병 추가하고 하다보면 적당히 취기도 오르고 약간 물리는 타이밍이 올 텐데 그때 냉면 사리를 하나 추가해보자. (쟁반 만두를 시키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국물 맛이 변하는 게 싫어서 항상 냉면 사리를 주문한다.)
진한 고기 육수를 잔뜩 머금은 면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벌써 맛있다. 다만 냉면면이다 보니 금방 불게 되니까 나오자마자 흡입하는 게 좋다.
그래도 안주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평양냉면을 하나 시키자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평양냉면에 대한 호불호는 없어지고 그냥 차가운 뭔가가 먹고 싶을 거다.) 이건 꽤나 유명한 팁인데 냉면을 받고 반 정도 먹었을 때 가위로 면을 아주 잘게 조사주자. 그리고 소주 한잔 먹고 냉면을 한 숟가락 퍼먹으면 술이 술술 넘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평양냉면은 아직도 “은은한 육향의 미학”이라기보다는 “15,000원의 숙제”로 남아있지만, 어복쟁반은 다르다. 깊고 진한 육수를 한 숟가락 뜨는 순간, 한겨울 추위도 소주잔 속으로 사라지고, 옆 테이블의 웃음소리마저 배경음처럼 어우러지는 기분 좋은 제철음식인 것이다.
어쩌면 음식은 단순히 맛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시간, 그리고 그 순간의 따뜻한 기억이 진짜 '맛'이 아닐까 싶다. 남포면옥의 어복쟁반, 오늘은 맛있게, 내일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그러니 다음번엔, 평양냉면에 대한 도전은 잠시 미뤄두고, 조세통람과 함께 또, 어복쟁반과 함께 한 번 추억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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