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누구를 위한 도시입니까. 여야 구분 없이, 모두가 도심을 개발하겠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표심을 사기에 유리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들의 그 정책이, 제가 살아갈 서울을 더 나은 도시로 만들 것이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미 각종 투기와 개발로 수많은 약자들이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는 서울의 불평등을 더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욕망만 자극하는 공약 등을 남발해서, 그렇게 표를 얻어서 획득해도 되는 선거가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커다란 도시를 함께 구성해나가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차별받거나 배제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치를 우린 너무 오랫동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이어 터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말은 이 선거의 계기가 되었던 성폭력 사건과 코로나 19에 삼켜진 청년 세대의 삶과는 동 떨여져 있는 것만 같아 공허합니다. 어떤 후보는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서슴치 않으며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떤 후보는 원스톱 규제 완화를 말하며 약자들의 권리가 스톱되는 사회를, 어떤 후보는 21분 도시를 말하며, 10분의 1,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말하고 있습니다.

2021년 후보들의 공약에서 과거 금리 20%를 넘나들며 고속성장을 하던 80년대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2021년, 재난과 위기가 예견된 사회입니다. 과거 한국 사회를 강하게 작동시켰던 욕망들에는 더 이상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부동산을 갖게 되고,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자산이 없는 청년들은 점차 벌어지는 격차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미디어에서 영끌과 빚투 등으로 자산 증식 열풍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대찬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은 투자인지 투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욕망에 편승하고, 혹은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입니다.

재건축 규제 완화나 재산세 감세와 같은, 가진 이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말들만이 넘쳐납니다. 누구를 위한 공약인지, 그 공약을 통해 서울을 사는 어떤 사람의 권리가 보호받고, 어떤 불평등이 완화되고, 어떤 부조리가 해결될 수 있는지 우리는 여전히 답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평등과 부조리를 방치하는 서울에서 점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은 어떤 정치인에게도 가닿지 않고 있나 봅니다.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은, 불평등을 상식으로 만들어버리는 욕망, 그리고 그런 욕망을 부추기는 정치 앞에서 꺾여만 갑니다.

청년의 어떤 권리들이 침해받고 있는지,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어떤 정책이 부재한지 후보들은 알고 계십니까. 없습니다. 부족합니다. 그러나 필요한 이야기이기에, 청년 활동가 100명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우리는 가진 자가 더 가져가도록, 불평등이 심화되도록, 부조리가 더 만연하도록 자극하는 욕망의 서울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욕망 아래 약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을 서슴치 않는 무자비하고 허황된 욕망의 서울이 아닌, 서울을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배제하지 않는 평등의 서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거의 끝까지 함께 하면서 서울과 서울시장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