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7일 일을 하다 오랜만에 주말에 좀 쉬라는 얘기를 듣고 친한언니를 만나기 위해 ‘합정’으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나는 언니에게 연락을 했고, 언니는 좀 더 늦을 거 같다며 먼저 카페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합정은 꽤 많이 와봤다고 자부심에 “아, 매번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서 기다려야지!” 하고 당당하게 그 카페로 발을 옮겼다. 그러나...나는 그 카페 앞을 아주 자연스럽게 삐그덕거리며 지나쳐야 했다.
카페 안에는 힙한 패션을 입은 남녀,혹은 여여가 앉아 아주 힙한 음료들을 시켜놓고 아주 힙하게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의자는 길거리 담벼락 밑에 있을 것만 같은 딱딱한 벽돌같은 곳에 방석을 툭 놓고 ‘여기가 좌석입니다’ 하는 자리...(라고 하고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였다.
도저히 그곳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관종의 끼가 이상하게 자리 잡아 나는 어마무시한 내적관종이다. 관심 받는 건 좋으나, 그 관심이 내 마음 안에서만 ‘나는 관종이야!’ 하고 외치는...그래서 관심 받으면 세상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트리플 내적 관종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언니와 함께 몇 번 갔었던 카페를 갔는데, 카페 앞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자리가 없나....앉고싶은데....’하는 마음으로 창문으로 카페 안을 봤는데, 자리가 보였다!!!
’저긴 앉아야해!!’ 마치 지옥철에서 자리가 났을 때의 마음으로 한치앞을 못보고 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갔을 때,
나는...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마스크가 없었다면, 카페 내부 상황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진 모습을 카페 안의 낯선이들에게 보여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카페는 팬텀싱어와 로또싱어에 나온 ‘강형호’님의 생일 축하 이벤트를 하는 카페였던 것이다. 어쩐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니,
심지어 내가 자리가 비었다 하고 앉은 자리는....아래 사진과 같이 풍선으로 강형호님을 위해 풍선을 달아놓은 곳 앞이었다. (앉아있는데 여기를 사진 찍으시는 분들에게 친절히 사진 편히 찍으시라고 섰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사실 나도 한 때 엄청난 덕후였다. 어렸을 적, 나의 첫 오빠들이었던 GOD오빠들, 친구들 모두 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ss501로 빠졌을 때, 나는 GOD오빠들이 해체콘서트를 할 때까지 팬이었다. 그러다, 친구의 영업으로 슈퍼주니어를 좋아하고, 그 뒤로 박애주의자처럼 모든 아이돌을 사랑했다. 그러다, 내 나이 24살, 세븐틴에 빠져 초중고 친구들과 함께 세븐틴을 사랑했다....콘서트에서 세븐틴이 ‘동방신기 노래와 춤을 커버했는데, 그 날 어린 팬들은 왜 미공개곡을 부르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다 나는 프로듀스101에서 또 다시 사랑에 빠졌고, 탈락한 아이들끼리 만들어진 프로젝트그룹 ‘JBJ’를 정말 사랑했다. 그러나 해체 후 한 멤버의 만행으로 사랑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덕질을 했던 나는 인스타갬성 카페보다 덕후들이 모여있는 이벤트 카페가 훨씬 마음 편했다. 덕후 이벤트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봐도 이쁜 내새끼의 사진을 보느라 구석에 앉아 커피를 쪼옥 빨아먹는 나에게 정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나도 덕질 할 때 이벤트 카페가서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인스타 갬성 카페보다, 연예인 생일 이벤트 카페가 더 편했다. 비록 내가 앉은 그 자리가 덕후들은 포토존으로 남겨놓은 명당이라는 걸 빼고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