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벚꽃 날리는 봄이 아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이었다. 한여름 같은 첫사랑의 여운은 길고 진했다.

여름에 느닷없이 찾아온 손님 올리버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 함께 자전거를 타며 요동치는 심장 소리는 자전거를 타서일까, 혹은 그와 함께여서일까. 미묘하고 푸른 감정을 과하지 않게 담아냈다. 선을 긋는 것 같으면서도 얽히는 시선을 밀어내지 않는 올리버와 처음 느끼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엘리오가 아름답다. 소수자에 관한 논의를 위해 만든 영화라기 보다는 근원적인 사랑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다원성'이라는 박스에 넣어 '공주와 기사', 'apricot', '바흐'라는 포장지를 입혀 세련되게 표현한 것이 반갑다. 바닷가에서 손을 잡는 장면이 영화의 제목인 'call me by your name'과 연결되는 대목 또한 꽤 괜찮은 메타포이다. 흔한갈등 요소 하나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 될 수 있다. 고뇌는 엘리오의 몫이고 나머지 모든 등장인물은 이성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빈약한 서사를 적절한 OST와 미장셴, 훌륭한 연기로 덮어버린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오가 10분 간 우는 장면으로 정점을 찍는다. 잔잔하게 보이지만 정서의 그래프에선 클라이맥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