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을 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이상하게도 하기 싫은 일은 당장 시작이 가능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10시에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와도 옷만 갈아입고 바로 뛰러 나갔다. 조금이라도 쉬는 틈을 주면 절대 나가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나를 너무 잘 알았기에 할 수 있던 행동이었다.

  2. 처음엔 3km도 죽을 만큼 힘들었다. 애초에 하기 싫은 걸 계속 해나가는 게 목적이었으니, 기록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달렸다. 방법론도 몰랐고, 어떤 러닝화를 신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을 끝낸다’는 단순한 목적만이 하루하루의 과업이었다. 악바리로 끝낸 과업은 그 무엇보다 큰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3. 만약 내가 ‘잘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방법론을 찾으러 다녔으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장비 욕심부터 냈을 게 분명하다. 러닝화부터 사고, 러닝화 샀으니 트레이닝복도 한 벌 구비하고, 머리 밴드도 하나 사고, 앱 키고 기록 추적해야 하니까 복대나 암밴드도 하나 사고... 이제 장비를 다 구했으니 유튜브로 공부할 차례다. 열심히 러닝 자세를 보고 복기한다.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며, 초보자의 경우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해 어떤 훈련루틴을 가지는 게 좋은지 알아봤을 것이다.

  4. 보이는 것에 신경 쓰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잊는 경우가 많다. 최근 헬스를 시작했는데, 헬스의 목적은 더 좋은 몸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있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렝스니 근 비대니 용어 공부에 매진하고, 루틴이란 루틴은 죄다 찾아보며 뭐가 좋을지 나쁠지 영상만 보고 있었다. 그 시간에 스쿼트나 바벨 한 번 더 들었으면 몸이 좋아지는데 일조했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따지기만 따진 행색이었다.

  5. 그렇게 따진 일련의 행위들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까?’였다. 정말 좋은 멘토를 만나거나, 좋은 책을 읽으면 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 방법을 찾으려다가 정작 해야 할 일하지 못한다. 효율적으로 하려다가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꼴이다.

  6. 효율적으로 하려다가 기교 부리고, 기교 부리다가 본질을 잃고 이내 사기에 가까운 일들을 마치 자신의 퍼포먼스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이다. 잘 모를 때는 양적인 시간 투자가 질을 만들어 낸다. 효율이니 뭐니 따질 때 뭐라도 해보면서 수정해가는 게 백배 천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