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오란?

까마귀와 삼족오는 신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금 우리에게 까마귀가 불행의 상징인것과는 반대로, 우리의 고대민족에게 까마귀는 길조이자, 광명을 상징하는 새이며, 까마귀는 오랜 신화와 근원이 맞닿아 있는 상징적 기호였다. 또한 고대 우리민족은 태양을 숭배했다고 하였는데, 까마귀는 하늘신과 태양신을 상징하고, 때로는 인간과 신 사이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던 신조(神鳥)였다. 이는 한반도뿐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 전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삼족오는 까마귀이긴 하지만 보통 새와 다르게 발을 삼수로 분화하여 신격화한 것이다.

보통의 까마귀와 차별화하여 삼족오의 다리가 3개인 데에는 고대의 우리민족이 3을 성수로 여긴 것과 관련이 있다. 삼족오의 세 다리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천지인 합일 사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삼족오’는 ‘태양신’과 동일시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삼족오의 다리가 3개인 이유는 환일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삼족오는 북방 샤머니즘에서 비롯된 것이며, 환일 현상은 기온이 낮고 위도가 높은 평지 지역일수록 잘 일어난다. 이 환일현상을 통해 고대인들은 하나의 태양 안에 3개의 태양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날개』, 『오감도』, 『가외가전』에서 이러한 삼족오가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날개』와 『오감도』의 삼족오

이상은 작품에 ‘새’의 이미지를 사용했으며, 이 새는 까마귀, 또는 삼족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 『날개』에서는 새가 하늘을 비행하는 이미지를 사용했으며 ‘날개’는 새에게 있는 부위이다. ‘오감도’라는 말은 ‘조감도(鳥瞰圖)’라는 용어와 관련이 있다. 이상은 『오감도』를 ‘조감도’의 ‘새 조(鳥)’ 한자를 획 하나만 뺀 ‘까마귀 오(烏)’로 바꿔 표현했다. 조감도란, 위에서 내려다 본 상태의 그림이나 지도를 뜻하는 말인데, 새가 하늘에서 아래를 보듯 내려본 그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나온 말이다.

따라서, 『오감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까마귀가 전지적 시점으로 높은 곳에서 식민지 상황을 내려다 보는 구성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오감도』 중 첫 번째 시인 <시제1호>의 까마귀는 아이들이 내달리는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는 존재이다. 『오감도』는 연작시이며, 이상은 이 시들을 통해 암시하고 하는 세계는 태양 까마귀의 세계이다.

『가외가전』과 삼족오

『가외가전』에서는 6연에서부터 까마귀에 대한 언급이 나오며, 이는 삼족오 신화와 관련지을 수 있다.

<aside> 💡 6연: 여기에 있는것들은모두가그방대(尨大)한방(房)을쓸어답답한쓰레기다.낙 뢰(落雷)심한그방대한방안에는어디로선가질식한비둘기만한까무귀한마리가날아들어왔다.그러니까강(剛)하던것들이역마(疫馬)잡듯픽픽쓰러지면서방은금시폭발할만큼정결(精潔)하다반대로여기있는것들은통요사이쓰레기다

</aside>

(밑줄 친 부분은 필자의 표시이며, 원문에는 본래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

위의 내용은 『가외가전』의 6연이다. 밑줄 친 부분은 ‘낙뢰가 심한 그 커다란 방안에 질식한 비둘기만한 까마귀가 날아들어왔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이 삼족오 신화와 관련이 있는데, 고조선의 역사기록인 ”환단고기(桓檀古記)”에서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날아와 대궐 뜰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날개의 넓이가 석자나 되었다’ 라는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삼족오이다. 까마귀 한 마리 때문에 방대한 방이 폭발할만큼 정결한 분위기를 띄게 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까마귀는 신성한 상징일 것이다. ‘낙뢰 심한 방대한 방’이 일제 강점기의 한국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질식한 비둘기만한 까마귀’는 한국의 신화가 일제에 편입되고 사라지는 상황을 표현현한 것이 된다.

이 시에서는 『날개』의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는 장면이 있는데, 질식한 듯한 까마귀가 다시 부활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것은 까마귀가 죽지 않는 불사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aside> 💡 7연: 속기(速記)를펴놓은상궤(床几)우에알뜰한접시가있고접시우에삶은계란(鷄卵) 한개 - 포-크로 터드린 노란자위 겨드랑에서난데없이 부화(孵化)하는훈장형조류 (勳章型鳥類) - 푸드덕거리는바람에 방안지(方眼紙)가찢어지고빙원(氷原)위에좌 표(座標)잃은부첩(符牒)떼가난무하다. 권연(卷煙)에피가묻고 그날 밤유곽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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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계란’을 낳았고, 그 노른자의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푸드덕거린다. 이 부분은 『날개』의 마지막 장면과도 비슷하다. 두 장면에서의 날개가 가지는 공통점은 닭처럼 푸드덕 거리며 활기가 넘치고, 차가운 세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aside> 💡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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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외가전』 7연에 나오는 까마귀의 부활은 서구 신화의 피닉스(phoenix)라는 불사조와 관련이 있다. 피닉스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로마에서 태양숭배와 관련이 있던 새이다. 고대 이집트의 신 벤누가 피닉스의 기원이며, 벤누는 태양, 창조, 부활을 상징하는 라(Ra)의 영혼이다. 벤누가 태양을 상징했다는 것을 토대로, 이는 결국 삼족오와도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